[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LG화학이 ‘극일(克日)’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핵심은 배터리 소재 내재화다. 소재 부문 일본의존도를 낮추고, 선두업체 파나소닉을 넘어서겠다는 목표다.
27일 LG화학은 탄소나노튜브(CNT) 생산능력(CAPA, 캐파)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내년 1분까지 650억원을 투자, 전남 여수공장에 CNT 1200톤(t)을 증설한다. 작업을 마치면 총 캐파는 1700t에 달한다. 지난해 CNT 1위 업체 캐파는 1000t 수준으로, LG화학의 투자가 대규모임을 알 수 있다.
CNT는 전기와 열전도율이 구리 및 다이아몬드와 동일, 강도는 철강의 100배에 달하는 차세대 신소재다. 리튬이온배터리 양극 도전재로 사용된다. 도전재는 전기 및 전자의 흐름을 돕는 소재다. 니켈, 코발트, 망간(NCM) 등의 활물질로 구성된 양극재 내에서 리튬이온의 전도도를 높인다. 양극재는 배터리 4대 소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중 하나로, 배터리 재료비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CNT를 양극 도전재로 사용 시 기존 카본블랙 대비 10% 이상 높은 전도도를 구현, 도전재 사용량을 30% 줄인다. 남는 공간을 필요한 양극재로 채워 리튬이온배터리의 용량과 수명을 늘릴 수 있다. LG화학은 생산한 CNT 대다수를 자체 배터리에 활용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소재 내재화를 지속 추진해왔다. 지난 2016년 GS이엠의 전북 익산공장 양극재 생산설비와 해당 사업부문 인력 등을 인수한 바 있다. GS이엠은 양극재와 원재료인 전구체를 양산하던 업체다. 2018년에는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구체·양극재 합작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경북 구미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오는 2024년까지 50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다. 신설 공장이 완공되면 6만t 캐파를 갖춘다. 양극재는 일본 스미토모메탈마이닝이 시장 리더였던 만큼 국산화가 필요했다.
LG화학은 바인더와 첨가제도 ‘탈일본’을 시도한다. 바인더는 전해액 원료로 양·음극재를 용매에 분산하고, 극판에 접착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첨가제는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소재다. 바인더는 쿠레하·제온, 첨가제는 미쓰비시·우베 등 일본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LG화학은 자체 기술을 확보, 내재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 DNP, 쇼와덴코 등이 독점하는 배터리 보호용 파우치 필름은 국내 제조사와 협력해 개발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배터리 소재도 일본의존도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배터리 3사는 국내외 협력사들과 협업하는 등 ‘제2의 일본 수출규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LG화학은 파나소닉 최대 고객인 테슬라와 손잡으면서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LG화학은 지난 2월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의 배터리 전량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스포츠유틸리티(SUV) ‘모델Y’에 들어가는 배터리 물량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추가 고객사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 미국 루시드모터스와 원통형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루시드모터스의 ‘루시드에어’에 탑재되며, 계약 기간은 올해 하반기부터 2023년까지다. 이외에도 대형 파우치 배터리 분야에서는 폭스바겐, 르노, 볼보, GM, 현대 등 13개의 브랜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GM과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기도 했다.
계속된 상승세로 배터리 시장 선두 탈환은 눈앞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2020년 2월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 시장점유율 29.6%, 사용량 1705.2메가와트시(MWh)다. 이는 전년동월대비 156.0% 오른 수준이다. 파나소닉(34.1%)과의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