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지난 2015년 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선언했다. 향후 10년간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는 ‘메이드 인 차이나’ 반도체가 늘어난 점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장비업체의 중국 매출이 급증했다. 중국 반도체 제조사와 중국에 공장을 둔 업체들의 실적이 포함된 수치다.
미국 램리서치의 2020년 1분기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32%다. 반도체 강국인 한국(23%), 대만(21%) 등보다 10% 이상 높다. 전년동기(17%)대비 약 2배 늘어난 수준이다. 네덜란드 ASML은 같은 기간 매출 내 중국 비중이 15%에서 19%로 상승했다. 일본 도쿄일렉트론은 2019년 회계연도 2분기(7~9월)부터 중국이 한국 매출을 넘어섰다. 3분기(10~12월), 4분기(1~3월)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국내 장비업체들의 해외 매출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화학기상증착(PECVD) 장비 등을 양산하는 원익IPS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3895억원으로 전년(954억원)대비 약 4배 증가했다. 저압화학기상증착(LPCVD) 장비 및 전구체 등을 공급하는 유진테크는 846억원에서 1044억원으로 상승했다. 테스는 388억원에서 630억원, 주성엔지니어링은 중국 매출 비중이 12.8%에서 68.8%로 올랐다.
실제로 삼성전자(시안), SK하이닉스(우시), 인텔(다롄), TSMC(난징), UMC(샤먼) 등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은 중국 공장의 생산량을 늘려가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시안 2공장을 지난 3월부터 가동, 5세대(92·96단)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우시 공장에 3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YMTC), 푸젠진화반도체(JHICC) 등은 ‘반도체 굴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CXMT는 중국 업체 중 처음으로 D램 판매를 개시했다. 연내 17나노 D램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YMTC는 128단 낸드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샘플을 스토리지 컨트롤러 공급 업체에 제출했다. 컨트롤러와 호환이 가능하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탑재할 수 있다.
중국 내 반도체 생산량 증가는 인력, 기술 등이 현지로 흡수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지난해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한 ‘국가 반도체산업·교육 통합 혁신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3년 동안 최대 2만명 수준의 기술자가 발굴될 전망이다. 한국, 대만 등에서 우수 인재를 빼가는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력 유출은 기술 유출로 이어지고, 중국 공장 내 작업자들로부터 제조기술이 넘어갈 우려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투자를 대폭 늘려가고 있다. 당장 기술력은 뒤처질 수 있지만, 현재 속도면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아직까지는 해외 업체들이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지만, 점점 현지 업체들 몫으로 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의 상승세는 일본 반도체 몰락과 대조된다. 지난해 11월 파나소닉은 대만 누보톤에 반도체 관련 모든 지분을 넘기기로 결정했다. 네덜란드 필립스 기술 기반으로 반도체 자회사를 만든 지 67년 만에 사업 철수다. 엘피다메모리 파산,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적자 전환 등 반도체 산업의 수난시대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화웨이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2020년 1분기 반도체 매출 순위에서 처음으로 TOP10에 진입했다. 이 기간 26억7000만달러를 기록, 전년동기대비 54% 늘어났다. 반면 키옥시아는 10위 안에 들지 못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