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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5주년/언택트⑩-산업] 코로나로 바뀐 회사 문화, “이전과는 다를 것”

이안나
HP코리아가 진행한 재택근무 포토 콘테스트 사진 [제공=HP코리아]
HP코리아가 진행한 재택근무 포토 콘테스트 사진 [제공=HP코리아]

-IT인프라·구성원 간 신뢰 등이 언택트 근무 기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재택근무는 3월 초부터 시작했는데 저희 회사는 5월 말까지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팀원들을 실제로 본지는 무척 오래됐지만 온라인 회식도 꽤 재밌었고 금요일엔 근무시간에 같이 요가도 했어요. 회사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아닌 힘든 상황을 이해해주니 정말 애사심이 생기더라고요.”

현재 장기간 재택근무 중인 HP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힘든 상황 속에도 회사가 도움을 많이 줬다”며 좋은 경험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은 기업 근무환경을 바꿔놨다. 구성원들 간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정상 운영하는 방안 중 하나는 재택근무다. 갑자기 시행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직원 전체 대상 재택근무를 시행한 기업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평소에도 고정된 출퇴근 시간이 아닌 탄력근로제를 적용해왔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이미 원격으로 상당부분 업무가 가능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도 있다. 구성원 간 신뢰라는 조직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HP코리아, 임직원 프로그램으로 결속력 강화 = HP코리아는 적극적으로 재택근무를 진행한 기업 중 하나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3월 초 바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현재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체제가 한층 완화돼 대부분의 기업들은 다시 출퇴근 중이지만 HP는 자체적으로 5월말까지 연장했다.

불가피한 대면 회의 등으로 사무실에 가야할 땐 매니저들에게 사전 확인 받아야 한다. 정보기술(IT)회사인만큼 외부 네트워크 접속해도 보안이 철저한 프로그램들이 기반이 됐다. 직원들끼리 실제로 만난지 두 달이 넘어간다.

그러나 이 기간 HP코리아 직원들은 원격으로 엔리케 로레스 HP회장과 만나 대화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빨리 사무실로 복귀할 것 같다”는 국가별 상황을 신경썼다. 또 “HP는 하드웨어 회사지만 ‘뉴노멀’ 시점에서 모바일워크·솔루션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글로벌 방향도 인지시켰다.

원격으로 진행한 임직원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금요일엔 근무시간 한시간 정도를 할애해 요가 강의에 참여했고, ‘잘 자는 법’ 등 생활 속 주제가 담긴 웨비나, 온라인 회식, 일하는 모습 사진 콘테스트 등 프로그램이 다양했다.

회사와 직원 간 신뢰는 한순간에 생기지 않았다. 지난해 HP는 3년내 최대 9000명 감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사실 지금 HP는 전사적으로 구조조정 시기이다.

다만 회사측은 이 기간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것을 감안해 적어도 5월까진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않는다. HP코리아 관계자는 “원래도 출퇴근 시간이 크게 제약이 없었지만 보이지 않는 ‘룰’이 있었는데 코로나 종식 후 사무실로 간다면 근무체계가 보다 더 유연해지는 등 기준이 달라질 것 같다”고 전했다.

HP코리아가 진행한 재택근무 포토 콘테스트 사진 [제공=HP코리아]
HP코리아가 진행한 재택근무 포토 콘테스트 사진 [제공=HP코리아]

◆소니코리아, 정부 지침 따라 가이드라인 마련 = 광학기업 소니코리아는 2월 말부터 임직원 대상 재택근무를 시행했다가 지난 6일 업무가 일상 복귀됐다. 다만 임산부나 가족 돌봄이 필요한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재택근무를 지속하고 있다.

4년 전 도입한 탄력근무제는 코어타임(오전10시~오후4시)을 현재 오전11시~오후3시로 조정해 혼잡한 출퇴근 시간을 피할 수 있게 했다. 재택근무가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사내에서 마스크 착용과 체온 측정을 하는 중이다.

이 기업은 최우선적으로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라 회사 방침을 세웠다. 중국과 아시아 지역 포함 모든 해외 출장을 금지하고 원격 회의로 대체하고 있고, 국내 지방 출장도 자제 중이다. 재택근무 중엔 사무실에 꼭 방문해야할 땐 관리자의 허락을 받아야했다.

두달 간 회사는 스카이프 메신저를 활용해 상황에 따라 음성·화상 회의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기반이 마련돼있어도 재택근무를 추진한 결정권자들의 의지가 중요했다는 평가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해 사무실에서도 모바일로 이메일 확인이나 결재를 진행해왔다”며 “대면 회의 말곤 대부분 온라인 베이스로 일하는 직군이라 갑작스러운 재택근무에도 유연하게 대처 가능했다”고 전했다.

신입사원 화상면접 현장을 찾은 김준(오른쪽)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제공=SK이노베이션]
신입사원 화상면접 현장을 찾은 김준(오른쪽)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포스트 코로나’ 대비 경험 축적으로 활용 = 국내기업중엔 SK이노베이션이 회의 및 채용을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해 주목을 끌었다. 이 회사 역시 3월 초부터 시작해 지난 6일자로 재택근무가 끝났다.

초반에는 전 직원이l 참여했지만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팀내 절반씩 돌아가면서 출근했다. 이 방식은 팀·조직별 특성에 따라 ‘셀프 디자인’해서 진행했다. 팀마다 일하는 특성들이 다르다보니 회상 회의나 메신저 등 소통 방식도 다양했다. 공통점은 불필요한 회의는 사라졌다는 점이다.

특히 고용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은 수시로 신입사원을 채용을 진행했다. 필기시험과 면접까지 전 과정을 영상 및 온라인으로 치르며 채용 중단 위기를 극복했다. 회사는 가장 대표적 집합교육 대상이던 신입 및 경력사원, 울산CLX 교육훈련생, 신규 글로벌 공장 채용 인력을 위한 교육도 모두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했다. 신임 팀장 100여명도 SK아카데미 주관으로 온라인 참여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물론 처음 도입해서 진행한 만큼 어색함은 존재했다. 그러나 향후 해외채용을 할 때 해당 국가로 출장을 가야했지만 비대면 채용 방식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초기 단계인만큼 향후에도 때와 상황에 맞게 온·오프라인 방식을 고루 사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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