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칼럼

[취재수첩] 2차 일본 수출규제 오나

김도현
- 日 묵묵부답에 韓 WTO 제소 재개…국내 업계 ‘비상계획’ 마련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지난해 7월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투입되는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허가를 강화했다. 대상은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이다. 일본의존도가 높아 국내 기업들은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 마련에 나섰다. 8월에는 한국을 수출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빼는 수출무역관리령을 시행하기도 했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약 1년. 양국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지난달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에 무역전쟁 종료 여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수출규제 당시 지적된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과 인력 불충분 등을 해소했다는 판단에서 내린 조치다. 하지만 일본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

국내 반·디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올여름 2차 수출규제가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상황별 대책을 논의 중이며, 해외법인을 통해 협력사 상황 등을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3개 소재는 정부와 기업 간 협력으로 공급 안정화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많다. 실리콘웨이퍼, 노광장비, 블랭크마스크 등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격차가 큰 분야다. 수출제한조치가 반복될 경우 국내 업체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등도 상존하는 만큼 파급효과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일본과 대화로 풀면서 관련 품목 국산화 준비하는 병행하는 것이다. 문제는 모든 일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점. 플랜B 준비가 필요하다. 개별 기업에서 컨틴전시 플랜을 세우는 데 그치지 말고, 정부와 유관기관 등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정치와 경제 이슈가 혼재된 만큼 산업계 독자적으로 해결 불가한 탓이다.

지난해 여름 가득했던 각종 우려와 부정적인 시각은 찬바람이 불면서 날아갔다. 솔브레인 SK머티리얼즈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이 힘을 냈고 스텔라케미파 JSR 스미토모화학은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쉽지 않지만 극복 가능하다는 의미다. 2차, 3차, N차 수출규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1라운드를 잘 견뎌냈듯 연이은 결투도 산·학·연 협업으로 이겨내기를 기대한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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