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 칼럼

[취재수첩] 韓 -日, 10개월만의 대반전

김도현

-韓 산·학·연 협력으로 日 수출규제 넘고, 코로나19 극복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 일본은 지난해 7월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투입되는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허가를 강화했다. 대상은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이다. 당시 반도체만으로 버틴다고 할 정도로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의존도가 큰 한국에 가장 예리한 비수를 날린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8월28일에는 한국을 수출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빼는 수출무역관리령을 시행했다. 한국의 제조업 전반에 투입되는 핵심 소재 부품을 옥죔으로써 한국의 경제 구조를 일본의 손아귀에 틀어쥐겠다는 노골적인 경제 공습이었다. 일본은 앞서 한국의 사법부가 내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빌미로 이같은 경제 공습을 감행했다. 아베 정권은 한국의 경제, 역사까지도 여전히 지배하고 싶은 야욕을 드러냈다.

#. 지난달 30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으로 해외 입국자를 제외한 코로나19 국내 신규 지역 감염자는 0명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지 불과 2개월만에 일궈낸 놀라운 성과다. 이제 한국은 조심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같은 날 아베 일본 총리는 “한국은 우리나라의 이웃 나라”라며 “한국과 코로나19 대응에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수출규제 이후 10개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세상은 그새 참 많이 달라졌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는 지구촌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우리를 괴롭히던 일본이 도움을 청할 줄 누가 알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악은 최선으로 변모했다.

일본이 정했던 3개 품목 모두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이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정부 및 유관기관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좌절하지 않고 국내생산 확대, 기술개발, 수입국 다변화 등을 추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소재 국산화에 속도가 붙었고, 시간이 필요한 품목은 일본 외 다른 국가로 공급처를 대체하고 있다.

일본은 어떠한가. 세계 1위 불화수소 업체 스텔라케미파는 매출이 급감했다. 간토덴카공업, 아데카 등은 결국 한국에 생산기지를 마련했다. 자신 있게 뽑은 칼은 결국 스스로를 베고 말았다. 일본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여전히 탈출하지 못한 상태다. 일본 정부는 비상사태를 5월말까지 연장했다.

승자의 여유일까. 외교부는 “일본은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등 필요한 분야에서 일본과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보복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품었다.

지난 여름 우리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넘어섰고, 코로나19 정복이 눈앞이다. 대다수가 힘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이겨냈다. 앞으로도 일본과의 연결고리는 계속될 것이다. 75년 전 광복을 맞이했듯, 반도체 독립으로 나아가고 있다. 진정한 승리는 다져진 내공으로부터 온다.

물론 자만은 금물이다. 기업이나 국가나 자만하는 순간 위기가 오고 그것을 극복할 에너지가 없으면 결국 헤어나오기 힘든 질곡에 빠진다. 동서고금의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지금 이 순간도 역사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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