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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크래커①] ‘日→韓→中’ 반갑지 않은 규칙…반도체·디스플레이도?

이안나
- IT산업 주도권 일본에서 한국으로…정부 지원 힘입은 중국 맹추격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정보기술(IT)업계는 한중일 삼국 간 달갑지 않은 규칙이 형성되고 있다. 처음 일본이 기술 종주국으로 떠오르다 그 주도권이 한국으로 넘어오고, 이어 중국이 시장을 장악하는 흐름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일본을 넘어 선두를 차지한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쥐던 일본이 몰락하고 한국이 ‘강국’이 됐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막대한 정부지원과 인력 유출로 급성장 중이다.

일본 반도체업체는 한때 세계 시장에서 막강한 위치에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일본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1990년 49%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앞세운 한국과 대만 기업 공세에 밀려 2018년 7%로 급감했다.

현재 국내 기업이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은 삼성전자(44.1%)와 SK하이닉스(29.3%)가 70%를 차지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시장 정체기를 겪고 있다.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 측면에선 센서·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다만 중국 역시 메모리·시스템반도체 사업 모두 막대한 투자 규모와 정부 지원으로 한국을 추격 중이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점유율은 15.7%다. 오는 2024년에는 20.7% 수준으로 내다봤다. 아직까지 점유율은 크지 않지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과 기술격차를 좁히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분야 기술격차는 2017년 기준 0.6년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중국 급성장의 배경엔 정부 지원이 있다. 중국은 정부 예산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지원 방침을 밝혔다. 동시에 한국, 대만 등 외국 반도체 엔지니어에 연봉 3~4배를 제시하며 인력을 데려가는 물밑 작업도 펼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대만 반도체 인력 3000명 이상이 중국으로 넘어갔다.

중국 반도체 성장이 한국에 위협이 될지에 대해선 업계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4년 뒤 중국 반도체 점유율이 20% 정도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이 제시한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 달성’ 목표는 요원한 상황이다. 미국 제재에 반도체 수급이 막힌 화웨이가 삼성에 칩셋 생산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굴기 뿐 아니라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규제,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 등 여러 요인들 때문에 어느 때보다 시장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만큼 앞으로의 전망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디스플레이업계에서도 이뤄졌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QD),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미래 먹거리에 집중하고 있다. 양사 모두 액정표시장치(LCD)사업 철수는 서두르고 있다. 일본 기술력을 넘어 막대한 비중을 차지했던 사업을 완전히 마무리 짓는 셈이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물량 공세로 더이상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디스플레이업계는 샤프, NEC 등 일본 LCD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국내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로 공장을 착공하고 디스플레이 크기를 크게 하거나 얇은 두께를 만드는 등 발전을 거듭해왔다. 2000년대는 국내 기업들의 전성기였다. 일본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중국은 초기 국내기업들과 비슷한 전략을 취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확보 후 저가 물량공세로 ‘치킨게임’이 펼쳐졌다. BOE의 한국계 기업 ‘하이디스’ 인수와 정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LCD분야는 중국기업이 장악한 상태다. 중국 LCD시장 점유율은 판매량 기준으로 2017년 한국을 제쳤다. 지난해 중국은 중소형·대형 LCD시장 모두 1위 국가로 올라섰다. 현재 디스플레이업계는 신기술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과 기존 LCD시장으로 양분돼있다. 모바일 계열에선 OLED 비중이 높아진 반면 TV계열은 아직 LCD계열이 우세하다. 저가형 중심에서 품질까지 갖춰가고 있다는 의미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OLED의 경우 아직까지 대형은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강하게 버티고 있다”며 “중국도 투자하고 있긴 하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현재까지 주요 고객사들의 채택은 잘 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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