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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CJ 블랙아웃 막았지만…지상파 CPS 분쟁은 ‘나몰라라’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프로그램사용료 인상으로 촉발된 CJ ENM과 딜라이브의 분쟁이 블랙아웃(방송채널 송출중단) 사태로 치닫기 전 극적으로 봉합됐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중재에 나선 결과 일단 최악의 결과는 면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CJ ENM과 달리, 지상파 방송사가 요구하는 수수료 인상 건에 대해서는 정부가 귀를 닫고 있다는 비판이 덩달아 나온다. 지상파는 이미 수년째 유료방송사에 가입자당재송신료(CPS) 인상을 요구하면서 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음에도, 불분명한 규제 잣대로 유료방송업계의 어려움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프로그램사용료 갈등이 불거진 CJ ENM과 딜라이브로부터 정부 중재안을 따르겠다는 합의를 끌어냈다. 지난 9일 당사자들을 불러들여 첫 중재회의를 가진 이후 약 5일 만이다. 양측은 오는 8월31일까지 좀 더 시간을 두고 협상에 임하되 끝내 합의에 실패할 경우 정부 중재안을 따르기로 결론을 냈다. 그 사이 방송채널 중단은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CJ ENM은 지난 5년간 프로그램사용료가 동결이었다는 점을 들어 딜라이브에 20%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딜라이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이 틀어졌다. 이에 CJ ENM은 오는 17일자로 tvN과 OCN, 엠넷을 비롯한 13개 채널 송출 중단을 통보했고, 정부는 최악의 블랙아웃 사태를 막기 위해 중재에 착수한 상황이었다.

과기정통부 뉴미디어정책과 관계자는 “일단은 사업자들이 스스로 협상할 수 있도록 하되 만일 합의를 내지 못하는 경우 정부가 적정한 수준의 프로그램사용료 인상률을 정해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분쟁 조정에 나선 것은 물론,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가 직접 수수료 인상 수준을 결정하도록 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정부가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간 수수료 분쟁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지상파방송사는 시청률 부진에도 협상력 우위를 내세워 재송신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광고매출 하락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유료방송사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서로 공을 떠넘기기 바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CJ ENM과 같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나 딜라이브처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과기정통부 소관이지만 지상파방송사는 방통위 소관으로, 지상파와 PP간 분쟁의 경우 양 기관이 같이 나서야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라고 언급했다.

당장 블랙아웃이 예고됐던 CJ ENM과 달리 지상파방송사는 채널송출 중단 권한이 제한돼 있어 정부가 들여다보는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렸다는 해석도 있다. 방송법에 따라 KBS1과 EBS 채널은 의무재송신 채널로 명시돼 있고, 만약 일부 지상파 채널 공급 또는 송출이 중단될 경우 방통위가 방송사업자에 30일 이내 재개를 명령할 수 있다.

정작 방통위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간 수수료 협상과 관련해 사업자간 ‘사적 거래’라고 선을 긋고 있다. 개입하기에 마땅한 법적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방통위가 전혀 손을 놓고 있던 것도 아니다. 실제 방통위는 지난 2012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을 통해 지상파 재송신료와 관련 적정 대가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연구를 진행했으나 결국 공개하지 않은 바 있다. 지상파 입김에 휘둘린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업계는 정부의 불분명한 규제 잣대가 사업자간 차별을 낳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케이블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 CPS는 사적 계약의 문제라면서 개입을 안 해놓고 PP에는 다른 기준을 대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사적 거래라서 개입을 안 할 거면 둘 다 안하든지, 아니면 둘 다 정부가 나서든지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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