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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원이냐 500원이냐”…지상파 재송신료 끝없는 논란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지상파 방송사가 재송신료 인상을 요구하면서 케이블TV 업계가 울상이다.

지상파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매년 재송신료 인상은 계속되고 있다. 케이블은 ‘우리가 재송신료를 받아야 할 입장’이라고 읍소하고 있지만 지상파도 완강하다. 해마다 매출 하락세인 점을 감안하면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상파 방송사는 인터넷TV(IPTV) 3사와 재송신료 인상 합의를 끝내고 케이블TV와의 협상에 착수했다. 재송신료는 IPTV 또는 케이블TV와 같은 유료방송사가 지상파 방송을 송신하게 위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일종의 콘텐츠 대가다. 유료방송업계는 2012년부터 지상파에 재송신료를 내왔다.

재송신료는 매년 오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 이하 방통위)가 지난 23일 발표한 ‘2019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2015년 1520억원이었던 지상파의 재송신료 매출은 지난해 3613억원으로 4년 만에 2배 이상 상승했다. 주 수익원 가운데 지난 2년간 가장 높은 증가율(13.5%)을 보인 것도 재송신료다.

경영악화에 직면한 지상파는 재송신료 인상 카드를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실제 지상파 방송매출은 2015년 이후 계속 하락세다. 2017년 영업손실 전환 이후 작년 2140억원 적자로 최대치를 찍었다. 주된 배경은 시청률 하락 등에 따른 광고매출 감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신규미디어 등장으로 설 자리도 좁아진 형편이다.

지상파의 어려움은 고스란히 유료방송사에 전가되고 있다. 최근 KBS·SBS·MBC는 IPTV와의 협상을 통해 재송신료를 25% 인상했다. 가입자당 재송신료는 지난 2018년 기준 400원에서 다시 500원으로 오른다. 3년 단위 계약에 따라 오는 2021년까지 점진적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케이블TV에도 같은 수준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케이블 업계는 난색이다. 통신3사가 운영하는 IPTV보다 더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지난해 IPTV 성장에 힘입어 매출 1조원을 넘겼지만 케이블은 연속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재송신료 인상에 대한 체감이 다르다. 실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대비 재송신료 비중은 IPTV의 경우 8.7%지만 케이블은 그 2배인 16.4%다.

케이블 측은 지상파가 시청률 부진에도 협상력 우위를 내세워 재송신료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상파 직접수신율은 5% 내외에 그치는 데다 광고매출은 날로 감소하는데 재송신료만 줄곧 인상세라는 것. 상대적으로 가격인상이 수월한 IPTV와 먼저 협상을 끝내고, 이를 케이블에 그대로 요구하는 꼼수도 지적된다.

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재송신료 인상이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280원)으로 출발했다는 것이다. 시청률을 재송신료 산정기준의 전부로 볼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산정기준은 시청률, 광고수익, 방송제작비, 투자보수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도 사실상 개입을 꺼려하고 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달 19일 케이블TV 경영진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유료방송 현안을 논의했으나 재송신료에 대해서는 “특별한 방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개입할 수도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업계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미 2016년에 나온 방통위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재송신료 갈등은 대책 없는 도돌이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김성진 케이블TV협회장은 “콘텐츠 대가 산정 위원회 구성을 비롯해 유료방송 특별 연구반을 만들어달라고 건의했다”며 “정부의 검토를 기다린다”고 전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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