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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코인 '구원투수' 자처한 지닥, 투자자 보호일까 마케팅일까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암호화폐거래소 지닥(GDAC)이 발행량 조작으로 논란을 빚은 ‘코스모코인(코즘, COSM)’의 거래를 계속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상장 폐지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안이라는 게 결정 근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즘 거래량이 극히 낮은 지닥이 이번 논란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닥, ‘투자자 보호’ 근거로 코즘 계속 지원

17일 지닥에 따르면 최근 지닥 상장심사위원회는 코즘 거래 지원을 계속할지 논의했으며, 논의 후 지원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거래 지원 여부를 재검토한 이유는 얼마 전 코즘 발행사 코스모체인이 공시 없이 코즘을 발행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코스모체인은 지난달 29일 스핀프로토콜 인수와 함께 새로운 코즘(COSM)을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기존 코즘이 공시 없이 추가 발행된 사실이 드러났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코즘을 상장한 주요 거래소들은 코즘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이후 코즘 거래량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던 업비트는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업비트 측은 공시 없는 추가 발행에 대해 “투자자 보호에 미흡한 프로젝트의 중대한 상황 변화”라고 지적했다. 또 “임의 발행으로 암호화폐 발행 수를 변경하는 것은 투자자의 자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무적 변동요소”라며 “이 같은 중요한 정보에 대해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거래 지원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닥의 행보는 이와 상반된다. 지닥 관계자는 “프로젝트(코스모체인)의 모럴헤저드 문제가 있지만, 거래소들도 이를 충분히 모니터링하지 못했기 때문에 거래소도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며 “당장 상장폐지를 해버린다고 갑자기 투자자가 보호 받는 것은 아니”리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현 시점에서는 지닥이 코즘 입금이 가능한 유일한 거래소가 되었기 때문에 지닥이 상장 폐지하면 코즘 원화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며 “이미 큰 피해를 본 투자자들에게 더 피해가 가해질 것을 우려해 코즘 거래를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원화로 코즘을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는 빗썸과 지닥이다. 업비트나 개인용 암호화폐 지갑에 보유하고 있던 코즘을 거래소에서 처분하려면 빗썸이나 지닥의 거래소 지갑으로 코즘을 입금해야 한다. 그러나 빗썸은 코즘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해 입금을 막았기 때문에 결국 지닥을 이용해야 한다. 만약 지닥이 코즘을 상장 폐지하거나 입금을 막을 경우 코즘을 거래소 지갑으로 입금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같은 상황을 막는 게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코즘 거래를 계속 지원한다는 게 지닥 측 설명이다.

◆‘코즘 투자자 보호’ 표방하기엔 거래량 현저히 낮아…“마케팅 수단인가” 비판도

하지만 지닥에서의 코즘 거래량이 현저히 낮은 탓에, 이번 결정이 투자자 보호 목적보다 마케팅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표방하기에는 지닥을 이용하는 코즘 투자자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코즘 거래량은 빗썸이 99.88%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닥은 0.13% 정도다. 빗썸이 입금만 막았을 뿐 거래를 막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여전히 빗썸에서 코즘을 거래하고 있다. 지닥 측 주장대로 지닥이 상장 폐지를 할 경우 코즘 원화 거래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코즘 거래량에서 지닥이 차지하는 비중은 0.13%, 99.88%는 빗썸이 차지하고 있다./자료=코인마켓캡
코즘 거래량에서 지닥이 차지하는 비중은 0.13%, 99.88%는 빗썸이 차지하고 있다./자료=코인마켓캡
이런 상황에서 코즘 입금 및 거래가 모두 가능한 유일한 거래소라는 점을 내세우면 코즘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논란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효과도 있었다. 지난 8일 지닥의 코즘 거래량은 0원이었지만 9일 여가 지난 17일 현재 600만원까지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코스모코인 투자자들을 지닥으로 유입시키려는 의도로로 보인다”며 “진정으로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이었다면 코즘 추가 발행 사건이 일어나기 전 상장 폐지를 결정하든지 거래소 차원에서 미리 대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닥의 거래량이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온전히 투자자 보호 목적이라고 보기엔 보기 힘들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닥은 향후 코스모체인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 상장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닥 관계자는 “프로젝트에서 제시한 계획에 대해 책임 있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거래중단 및 상장 폐지 등의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모체인 측은 “프로젝트 입장에선 어느 거래소든 최대한 상장 폐지를 막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빗썸에도, 지닥에도 매일 사업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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