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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전쟁①] 수조원 오가는 韓 주파수 대전…해외는 ‘투자 독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역대 최대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산정 기준에 따라 많게는 10조원의 금액이 오가기 때문. 통신사들은 신규가 아닌 재할당임에도 수조원의 대가를 내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라고 호소한다.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는 주파수 재할당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대체로 미국이나 일본처럼 재할당 대가가 아예 없는 경우가 있다. 유럽에서는 재할당 대가 부담이 적은 대신 기업의 투자를 조건으로 내걸어 선순환을 촉진하고 있는 추세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통신사들에 재할당이 필요한 주파수는 모두 합쳐 310㎒ 폭에 이른다. 5G 대역을 제외하고 3사가 보유한 주파수 폭 가운데 약 80% 수준이다. 이에 대한 재할당 대가는 3조원에서 과거 경매 낙찰가 반영 시 최대 10조원대까지 책정될 수 있다.

주파수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필수 재료로, 국내 통신사의 경우 현행 전파법에 따라 정부의 경매 또는 할당 등 여러 방식을 통해 일정 기간 특정 주파수 대역을 이용할 수 있다. 정해진 이용 기간이 만료되면 사업자들은 다시 주파수 자원을 경매받거나 재할당받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사례의 경우 주파수 재할당 대가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면허 갱신 제도를 운영하는데, 이용기간이 만료되고 면허를 갱신할 때 별도의 주파수 대가가 부과되지 않는다. 최초 서비스 제공의무만 준수하면 면허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재할당 시 사업자의 재무 부담을 최소화하는 정책이다.

면허 갱신 조건은 제공 중인 서비스의 양적 질적 수준, 낙후지역에 대한 서비스 제공 정도, 소수 부족지역 서비스 여부, 공공성 등을 본다. 이로써 투자를 장려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도 주파수에 대한 규제 수수료(가입자당 평균 0.19달러)가 있지만, 한국과 유사한 전파사용료(가입자당 4800원)의 5%로, 매우 적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김희규 SK텔레콤 정책개발실 팀장은 “미국의 경우 사업자들이 전파를 통해 단말과 기술개발 등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그러한 노력을 일부 보상해주는 개념”이라며 “한국도 이러한 구조로 가면 좋은데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별도 주파수 비용 부담이 없다. 일본은 1993년 이후 사업자로부터 전파이용료를 징수하고 있는데, 2005년부터는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전파이용료에 반영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주파수 비용이 전파이용료에 포함된 셈이다. 그럼에도 최근 통신사별 전파이용료 규모는 매출의 1% 이하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 3년 단위로 전파 관련 세출 비용 규모를 추산하는데, 그 비용은 2017년 6252억원 2018년 6183억원 2019년 8029억원이다. 반면 국내 통신업계는 한국의 주파수 할당 부담은 연평균 1조8000억원으로 추산한다. 김희규 팀장은 “사실 한국이 일본을 따라 전파사용료를 도입했는데 여기에 일본엔 없는 경매대가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외 주파수 재할당 대가 비교
국내외 주파수 재할당 대가 비교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받는 다른 해외 사례의 경우에도 대체로 한국보다 부담이 적다. 일단 영국은 과거 주파수 경매 낙찰가 및 유럽 주변국의 유사 대역 경매가를 벤치마킹해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시장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900MHz, 1.8GHz는 2013년부터 5년간 검토 끝에 최초 검토 수준보다 30~40% 인하된 금액으로 결정했다. 이 역시 국내 비슷한 대역(700MHz·1.8GHz)의 경매 최저 낙찰가보다 낮다.

프랑스의 경우 900MHz, 1.8GHz, 2.1GHz 대역의 면허기간이 오는 2021년부터 2024년 사이 만료된다. 이에 프랑스는 투자를 유발하기 위해 이른바 ‘뉴딜 모바일’ 재할당 정책을 펼쳤는데, 현행법상 정해진 대가 수준을 유지하면서 면허기간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3년간 망 구축을 가속화하는 조건으로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마다 통신시장이나 주파수 이용환경, 제도 등이 달라 재할당 대가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내 전파법상 ‘신규 할당’과 ‘재할당’을 구분하지 않고 있으므로, 재할당이라 해도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적정가치를 환수한다는 원칙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통신업계는 재할당 가격을 산정하는데 과거 경쟁이 치열했던 최초 경매가를 반영하면 당연히 재할당 대가가 불합리하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이미 국내 재할당 대가가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여기에 인구 수나 구매력지수를 반영하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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