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이 반도체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 엔비디아가 적극적이다. 어느 기업의 품에 안기더라도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24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애플과 엔비디아에 ARM 인수를 타진했다. 이를 계기로 인수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ARM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을 장악한 회사다. 퀄컴, 애플, 삼성전자, 미디어텍, 하이실리콘 등이 설계하는 AP는 ARM 아키텍처 기반이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ARM과 협력해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다. 서버 분야를 꽉 잡은 인텔의 유일한 적수다.
현재 ARM은 소프트뱅크 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320억달러(약 38조원5000억원)을 투자, ARM을 인수했다. 당시 손 회장이 ‘인생 최대의 베팅’이라고 할 정도로 ARM 인수는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잇따른 투자 실패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경영난에 처하면서, 현금 확보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보유 중인 ARM 지분(75%)의 부분 및 전략 매각과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주력인 엔비디아는 최근 소프트뱅크와 ARM 인수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게임 등 시장이 커지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인텔의 시가총액을 넘어서기도 했다. 아직 구체적인 협상까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후보군 중 가장 앞선 건 분명하다.
애플도 지속 언급되는 인수 후보다. 예비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활용하는 AP를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설계한다. 지난 6월에는 ‘맥’과 ‘맥북’에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대신 ARM 칩셋 투입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반도체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의 인수 가능성도 제기된다. ARM 인수 시 라이선스 비용 절감, 칩 설계 경쟁력 확보 등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AP 경쟁력 향상을 노리는 삼성전자에 유의미한 투자라는 의미다.
다만 ARM의 인수설은 말 그대로 소문에 불과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사업 연관성, 회사 규모 등으로 인수 가능한 업체를 추린 것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경우 ARM 인수 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다수 업체에 아키텍처를 공급해 반독점 규제를 받을 수 있고, 이미 오픈된 소스에 많은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 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기대치가 크지 않다. 특히 서버 시장을 공략하는 엔비디아와 달리 ARM은 서버 분야에 취약하다.
ARM의 몸값이 지나치게 오른 점도 걸림돌이다. ARM의 IPO가 이뤄질 시 몸값은 50조원 내외로 평가된다. ARM의 지난 2017년 매출이 1조7000억원 점을 고려해보면,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RM 인수에 대해 소문이 무성하지만, 세부적으로 나온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ARM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기업이지만 투자 비용 대비 실익을 생각해보면, 매력도가 떨어진다. 적절한 선에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