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배터리 전쟁’ 韓 잰걸음 vs 日·中 뒷걸음…승자는 LG화학

김도현
-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4개 중 1개는 LG화학…테슬라 효과 ‘톡톡’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상반기 전기차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선전이 눈에 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어 ‘K배터리’가 대세다. LG화학이 끌고,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밀었다.

3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6월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화학은 1위를 기록했다. 이 기간 LG화학은 10.5기가와트시(GWh)를 기록, 점유율 24.6% 차지했다. 전 세계 전기차 4대 중 1대에 LG화학 배터리가 활용됐다는 의미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82.8% 성장했다.

LG화학의 선두 비결은 테슬라를 우군으로 끌어들인 덕분이다. 일본 파나소닉의 최대 고객사 공략에 성공한 것이다. LG화학은 지난 2월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3의 배터리 전량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스포츠유틸리티(SUV) ‘모델Y’에 들어가는 배터리 물량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에는 충북 오창 공장 일부를 테슬라 전용라인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중국 난징공장 생산능력(CAPA)을 넘어서는 물량을 수주한 덕분이다.

LG화학은 하반기에도 선두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폭스바겐, 아우디, 르노, 볼보, GM, 현대, 루시드모터스 등 다양한 고객사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2분기 전지사업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조8230억원, 1555억원을 달성했다. 분기 사상 최대치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폴란드 공장 수율 개선 등으로 향후 수익성도 기대된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선전했다. 양사는 각각 4위(2.6GWh), 6위(1.7GWh)에 올랐다. 전년동기대비 34.9%, 66.0% 성장한 수준이다. 두 회사는 배터리 사업이 아직 적자지만, 수율 개선 및 고객사 확보 등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하반기는 물론 내년 실적도 긍정적이다.

반면 중국 CATL와 BYD, 일본 파나소닉 등은 역성장했다. CATL은 같은 기간 10.0GWh(2위)를 기록, 전년동기대비 28.1% 하락했다. BYD도 2.6GWh(5위)로 65.7% 하락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 부진에 직격탄을 맞았다. 파나소닉도 8.7GWh(3위)에 그치면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31.5% 감소했다. 테슬라 물량은 빼앗긴 탓이다.

한편 CATL과 파나소닉은 선두 재탈환을 노린다. 키워드는 테슬라다. CATL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테슬라에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 업체 주력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 밀도가 떨어지지만, 탑재량을 늘리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 테슬라의 생각이다.

파나소닉은 테슬라 물량이 줄면서, 업계에서는 양사 간 사이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6월 전기차 배터리 공급 관련 3년 계약을 맺으면서, 이를 불식시켰다. 파나소닉은 이번 계약을 위해 해당 공장에 16억달러(약 1조9400억원)를 투자했다. 이는 35GWh 규모 배터리 셀을 생산할 수 있는 금액이다. 계약 기간이 3년인 만큼 현재와 미래를 함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모델3 등 출시 중인 전기차 배터리는 물론 차세대 제품까지 공동 개발한다는 의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확대로 배터리 제조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일본과 중국도 만만치 않다”며 “특정 고객사보다는 다양한 매출처를 확보해, 가격 및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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