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호평받는 ‘IT 바우처’ 정책, 홍보가 아쉽다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정부가 디지털 뉴딜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바우처’를 통한 지원 사업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상반기 인공지능(AI) 바우처 사업은 이미 상반기 물량이 소진됐고 최근 중기부가 영상회의, 재택근무 등 비대면 서비스를 중소기업이 받을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비대면 바우처 사업에 나서는 등 지원 자금이 몰리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바우처 기반의 지원사업은 IT업계에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히 비용을 지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업관계와 시장 기반을 마련하는데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AI바우처 사업을 수주한 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사회안전망과 관련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사업을 하고 싶은데 AI알고리즘 개발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바우처를 통해 알고리즘 공급업체 중 우리가 선택한 기업과 사업을 하면 개발에 들어가는 라이선스 비용을 국가에서 대준다. 도움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AI기술력이 있는 업체들도 실제 자신들의 기술이 어떻게 현업에서 도입될지 잘 모른다. 우리 같은 업체들이 기술을 발굴해서 적용하면 AI업체들도 경험을 통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우처를 통한 사업 연계는 발주자와 수주자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순기능도 부각된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수발주를 통해 사업이 진행되면 발주처에서 공급업체에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경우가 많다. 소규모의 사업이고 중소IT업체들이 개입된 경우 더하다. 하지만 바우처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 개발자와 사업 참여자가 대등한 관계에서 진행되는 편”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고객 입장에선 검증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비용지출이 부담이다. 하지만 바우처 사업을 통해 ‘도전’할 수 있는 동력도 된다는 평가다.

물론 단순히 모험과 실험으로 끝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용지출이 어려운데 진행 가능하다.

특히 국가가 기간을 정해준 상황에서 과업을 진행하고 결과를 내야 한다. 일반 사업의 경우 신기술 도입을 위해 기술검증(PoC)를 하고 중간에 중단되는 경우가 많은데 바우처 사업은 어쨌든 결과를 내는데 주력한다”고 설명했다.

통상 PoC에 실패하면 해당 기술업체와 현업 담당자가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은데 국가가 개입해 부담을 줄였다는 점도 이점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러한 도전과 실험이 공유된다는 점에서 특정 업체만의 윈-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국책 사업인 탓에 결과는 NIPA NIA가 공유하고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바우처 사업이 잘 홍보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에 AI 바우처 사업을 신청한 업체 관계자는 “협력업체에서 정부 협단체 관계자와 네트워크가 있어 바우처 사업에 대해 듣고 우리에게 와 사업을 제안했다”며 “이후 우리가 일일이 찾아 다니며 혜택 등을 알아봤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 지원사업 같은 경우도 우연한 기회에 신청한 상황이다. 결국 모르면 아무도 신청하지 못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상용 계약을 목적으로 대상 기업과 얘기하던 중에 바우처 얘기가 나와 무엇인가 했다. 알고 보니 비용을 바우처로 지급받는 것이었는데 처음엔 사실을 모르고 상대방을 오해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업계에선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바우처 사업에 대해 바우처 포털 등을 통해 편하게 정보를 취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산업별 바우처 사업을 일목요연하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IT부분 바우처 사업의 경우 과기부와 중기부, 행안부 등 중앙부처 외에도 공공기관과 지자체 별로도 진행되고 있어 기업이 일일이 정보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일부 IT기업이 바우처 정보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기도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미 AI 바우처 상반기 지원사업은 마무리된 상황으로 앞으로 진행될 바우처 지원 사업에 대한 정보 포털 등이 빨리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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