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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주머니서 나온 주파수할당대가, 방송사로 흘러간다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통신사의 주파수 대가로 구성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기금이 해당산업의 진흥에 사용되기 보다는 타 부처 사업에 지원되거나 방송사업 분야에 집중 지원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진흥기급, 원자력기금,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등 총 3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운영한다.

이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정진기금과 방발기금이다. 전체 기금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지출된 정진기금 규모는 1조2731억원, 방발기금은 1조2429억원이다.
<자료 = 과기정통부>
<자료 = 과기정통부>

이 정진기금과 방발기금의 주요 재원은 이동통신사들의 주파수 할당대가다. 주파수 할당대가는 정진기금에 55, 방발기금에 45 비율로 분담된다.

정진기금중 주파수 할당대가의 기여부분은 6210억원이다. 정부 내부수입 1000여억원과 여유자금 회수 4000여억원을 제외하면 자체수입 대부분이 주파수 할당대가로 구성된다. 방발기금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방송사가 1792억원을 분담한 반면 주파수 할당대가는 5081억원을 차지했다.

주파수 할당대가는 대가산정 기준이 되는 연간 매출액이나 신규 할당 주파수 유무에 따라 매년 수입규모가 달라진다. 최근 5년간 평균으로 계산해보면 연평균 주파수 할당대가는 1조1000억원 가량이다.

통신사들이 내는 주파수 할당대가는 원래 정보통신촉진기금으로 집행되다가 노무현 정부 때 정보통신진흥기금이라는 이름으로 ICT 분야에 사용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통부를 없애고 방통위를 만들면서 방발기금을 새롭게 조성해 정진기금과 함께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기금을 둘로 쪼개면서 중복 예산편성, 주먹구구식 편성 등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통신에서 나온 돈이 지상파 방송으로 얼마나 들어가는지, 또한 적절한 곳에 사용됐는지, 중복사업, 불필요한 곳에 집행되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기금 집행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많은 곳은 방통위다. 방통위가 집행하는 방발기금의 경우 기금 조성 주요 재원은 주파수 할당대가로 구성되지만 실제 지원되는 사업은 대부분 방송분야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방발기금 중 1955억원을 집행했다. ▲방송인프라지원에 834억원 ▲미디어 다양성 및 공공성 확보에 662억원 ▲시청자 권익보호 및 참여활성화에 257억원 ▲방송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665억원 ▲방송통신운영지원 33억원 ▲안전한 정보이용환경조성에 102억원을 지원했다.

지원대상 별로 살펴보면, 방송사(KBS EBS 아리랑국제방송 국악방송 지역중소방송)에 총 834억100만원(42.7%)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청자미디어재단 및 언론중재위원회의 운영에 698억7500만원(35.7%)이, 그 밖의 사업비로 422억6100만원(21.6%)이 각각 집행됐다.

방송과 통신이 공통으로 들어가는 정책연구, 국제협력 업무 등과 안전한 정보 이용환경 조성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방송관련 사업에 기금이 지원된 셈이다. 약 1800억원 가량이다. 특히, 방통위 주된 업무인 이용자보호 및 사후규제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은 미흡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또한 방통위는 기금 조성과 상관없는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인 국악방송이나 아리랑국제방송, 언론중재위원회 지원사업 등에 방발기금을 사용하기도 했다. 방송인프라지원에 포함된 아리랑국제방송지원은 지난해 371억원을, 올해에는 354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국악방송지원도 작년 57억원, 올해에는 67억원이 지원된다. 언론중재위 지원은 지난해 123억원, 올해는 127억원이 지원된다. 소관기관(문화부)와 예산지원기관(방통위)의 불일치로 예산 집행에 대한 책임있는 편성과 결산에 따른 성과관리가 미흡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에서도 방발기금으로 이들 사업에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는 만큼, 문화부 소관 기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예산을 정교하게 집행하지 못하고 중복된 사업에 집행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방통위의 청각장애인용 자막·수어방송 시스템 개발과 소외계층 방송접근권 보장 사업은 모두 방발기금으로 지원된다. 두 사업 모두 시청각장애인 등 방송소외계층의 방송접근성을 향상시키는 유사한 사업인 만큼, 통합관리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과기정통부가 방발기금으로 지원하는 사업도 적지 않다. ▲방송콘텐츠 진흥(326억원) ▲과학전문방송제작지원(60억원) ▲방송장비산업 인프라구축(27억원) ▲지상파를 활용한 재난경보서비스 도입(17억원) ▲UHD 방송서비스 활성화 기술개발(90억원) ▲건강한 미디어환경 조성기술개발(30억원) 등 적지 않은 방송 관련 사업들에 기금이 지원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용자보호, 공정경쟁 등에 방발기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중복사업 방지 등 기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금을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앞으로 디지털 뉴딜 사업으로 기금의 여유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며 “주파수 할당대가라는 동일한 수입재원을 가지면서 지출사업 구분이 불명확한 두 기금의 통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단순 통합이 아니라 성과가 저조한 사업과 불필요한 사업의 구조조정, 유사·중복 사업의 통합 등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기금 운용과 관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을 통합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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