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게임도,결제도 다 안돼” 여전히 가상자산 규제에만 몰두하는 당국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얼마 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스카이피플이 개발한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for Klaytn)’의 심의를 무기한 연기했다. 벌써 두 번째 심의 연기다.
이유는 비교적 단순하다.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어서 더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 다만 기한이 정해져있지 않아 언제 심의가 될지는 모른다. 반면 블록체인을 뺀 일반 파이브스타즈는 등급 판정을 받고 지난 23일 공식 출시됐다.
게임위가 특히 문제 삼은 부분은 게임 아이템을 블록체인 상에서 ‘NFT(Non-Fungible Token)’로 자산화하는 점이다. 스카이피플 측은 블록체인과 NFT에 대한 추가 설명 자료를 여러 번 제출했지만 심의는 또 다시 보류됐다.
하지만 NFT는 가격이 실시간으로 급변동하거나 투자 피해 위험이 있는 그런 가상자산이 아니다. NFT란 토큰마다 가치가 다른 것으로, 토큰마다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갖게 되는 일종의 블록체인 상 기능이다. NFT를 활용하면 게임 아이템 같이 희소성 있는 상품을 디지털 상에서 자산화할 수 있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해당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도 주장할 수 있다.
이에 해외에서는 게임뿐 아니라 축구 팀의 굿즈나 유명 캐릭터 카드를 디지털화하는 데에 NFT를 적극 사용하는 추세다. 단순히 토큰, 가상자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게임위의 결정에는 NFT의 특징보다는 가상자산을 쓰는 행위 자체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심의를 보류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상자산으로 자칫 논란이 발생되는 것 자체를 우려해 당국이 아예 그 원천부터 논란을 차단하려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이는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적 복지부동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사실 정부는 규제완화를 외치지만 실제 현장에선 나몰라라하는 상황이 한 둘이 아니다.
게임보다 좀 더 깊게 가상자산을 활용하는 경우엔 당연히 제한이 심하다. 대표적인 분야가 결제다. 가상자산으로 결제할 경우 블록체인을 활용해 정산 과정을 간소화하고 수수료를 줄일 수 있는 등 장점이 있지만, 제도권 진입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른다.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회원이 빗썸 내에 보유한 자산을 원화로 환산해 결제할 수 있는 ‘빗썸캐시’ 서비스를 제공 중이지만, 금융위원회 상 결제사업자로 등록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무조건 안돼’ 식 행보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내년 3월부터는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하지만 특금법은 가상자산 산업에 관한 법이 아니라 가상자산사업자가 자금세탁방지 등의 의무를 지키도록 규제하는 의무 이행법일 뿐이다. 특금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가상자산 관련 법이 생기는 건 아니다.
규제 법안만 나온 상태인데, 가상자산으로 얻은 소득에 무조건 20% 세율을 부과하는 세법안은 오히려 산업을 더 위축시켰다.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은 제대로 된 사업자 지위도 얻지 못했음에도 자본금을 불리려면 과한 세금까지 내야 하는 형국이다.
가상자산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고 관련 산업은 진흥하면서도 투자자는 보호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법률은 마련하지 않은 채 ‘무조건 안돼’ 식으로 배척하는 일은 그만할 때도 됐다. 무조건 사기, 투기라는 말도 옛날식 비난일 뿐이다.
가상자산‧블록체인 업계에는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많다. 업계 주자들은 열심히 트랙을 뛰고 있는데, 심판이 호루라기가 없다는 이유로 판정을 포기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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