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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사면초가’…美 ITC, ‘SK이노, LG화학 명령위반 조사 요청’ 기각(종

윤상호
- SK이노, 2차 소송 분위기 전환 실패…업계, “SK이노 소송 전략 재검토 필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소송이 LG화학에게 유리해지는 형국이다. 양사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총 3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인 원고인 2차 소송(337-TA-1179)에서 SK이노베이션의 LG화학 보호명령 위반 조사와 디지털 포렌식 요청을 ITC가 기각했다. LG화학의 주장은 수용한 것과 대비된다. SK이노베이션 전략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ITC는 지난 1일 SK이노베이션이 ITC에 제출한 LG화학 자료 반출 보호명령 위반 조사와 디지털 포렌식 요청을 기각했다.

◆SK이노베이션, 원고 소송서도 LG화학 공격 불발=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 Office of Unfair Import Investigations) 판단부터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OUII가 SK이노베이션이 요청한 LG화학의 USB/장비 포렌식 진행을 지지했다”고 했다. 하지만 영어 원문은 “반대하지 않는다(the Staff does not oppose Complainants’ motion)”였다. 지지와는 어감이 다르다.

2차 소송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등을 994특허 침해로 고소한 사건이다. 작년 9월 시작했다. LG화학은 지난 8월 이 소송 관련 SK이노베이션 제재 요청서를 제출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선행기술을 절취해 특허를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감추기 위해 증거를 인멸했다고 공격했다. OUII는 지난 27일 “요구자의 의견에 동의한다(the Staff supports Respondents’ Motion)”고 판단했다.

작년 4월 시작한 1차 소송(337-TA-1159)은 10월26일 최종판결 예정이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침해’로 고소했다. 지난 2월 예비판결이 났다.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다. 예비판결이 최종판결에서 뒤집힌 경우는 없다. 이때도 SK이노베이션은 증거인멸에 발목을 잡혔다. 3차 소송(337-TA-1181)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특허침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다.

◆LG화학 ‘법정 안’ SK이노베이션 ‘법정 밖’ 공세, 희비교차 원인=
양사는 작년 4월 소송을 시작했다. LG화학 직원의 SK이노베이션 대거 이직이 발단이다. LG화학은 기술 획득 목적이라고 의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직업 선택의 자유라고 맞섰다.

양사 전략은 엇갈렸다. LG화학은 법정 안에서, SK이노베이션은 법정 밖에서 싸웠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회사 소송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14년 LG화학과 합의문을 공개하는 등 LG 권영수 부회장 책임론을 주장했다. LG화학은 법적 책임 여부를 따지면 된다고 일축했다.

지금으로서는 SK이노베이션의 판단이 패인이다. 국익은 한국에서 얘기다. ITC 심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미국 일자리 창출 논리는 본질과 거리가 멀었다. LG화학을 비도덕적 기업으로 몰아세운 전술도 법리 다툼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기업 도덕성은 소송과 관련 없다. 반면 LG화학은 증거인멸을 포착한 것만으로 2개 소송 우위를 점했다. 소송으로 경쟁사를 압박한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실리를 챙겼다.

◆소송 지속, LG화학 우위 강화…SK이노베이션, 징벌적 손해배상도 부담=문제는 소송을 진행할수록 양사 협상 테이블이 기울어진다는 점. 영업비밀침해와 특허침해 소송 등은 협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송은 협상 조건을 따지기 위한 카드다. 서로 가진 패가 확실치 않을 경우 동등한 수준에서 우위가 드러날 경우 우위를 점한 쪽에 유리하게 협상이 끝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차 소송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LG화학이 사실상 마음대로 조건을 정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수용치 않거나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미국 델라웨어지방법원 소송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려도 된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2차 소송에 의존하기보다 위험부담을 줄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협상 시기를 놓친 것이 아쉽다. 판단 미스와 경험 부족으로 본 대결은 하지도 못하고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지금이라도 위험을 줄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SK이노베이션, 기각 불구 LG화학 자료 유출 주장 유지=한편 ITC 기각에도 불구, SK이노베이션은 같은 주장을 지속했다. 이번에도 법정 밖에서 공격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물타기를 한다고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은 “포렌식을 하지 못해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어떤 자료를 유출했는지 확인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LG화학측에서 USB를 이용하여 자료를 외부로 이동한 행위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LG화학은 소송절차를 악용해 SK이노베이션I의 회사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하려 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LG화학은 “포렌식 과정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이로 인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선행제품을 참고해 특허를 출원했다는 사실을 인정해달라는 LG화학 제재 요청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요청은 특허소송에서 직면한 중대한 법적제재를 모면하기 위한 전략으로 파악된다”라고 전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윤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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