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IT클로즈업] 코나EV 화재, 배터리셀 탓?…국토부·현대차·LG화학, 누구 말이 맞나

윤상호
- 2단계 리콜, BMS 업데이트 ‘필수’ 베터리셀 교체 ‘조건부’…LG화학, “검증 안 끝나”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전기차(EV)는 제2의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될 것인가. 제2의 ‘갤럭시노트7’이 될 것인가. 배터리 업계가 갈림길에 섰다. 국토교통부가 현대자동차 코나EV 시정조치(리콜)을 명령했다. 배터리셀 분리막을 범인으로 삼았다. 배터리 업계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다. 원인을 찾지 못하면 배터리 업체로 책임을 돌리는 일이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 “이번 리콜 원인 규명 이전 발표”=지난 8일 국토부는 코나EV 리콜을 발표했다. 코나EV는 출시 후 지금까지 총 13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이 조사 중이다. 리콜은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결정했다. 배터리셀 제조 불량 가능성을 확인했다.

리콜은 지난 2017년 9월29일부터 2020년 3월13일까지 제작한 차량 2만5564대 대상이다. 오는 16일부터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 및 점검, 배터리 교체 등을 진행한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업데이트 한 후에도 이상 징후가 있으면 배터리팩을 교체한다.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은 경우는 향후 이상이 있으면 자동 충전중지와 시동 중단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LG화학은 “이번 리콜은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한 것”이라며 “현대차와 공동으로 실시한 재연 실험에서도 화재로 이어지지 않아 분리막 손상으로 인한 배터리셀 불량이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반발했다.

◆LG화학, 배터리셀 제조…배터리팩·BMS·BSA, 현대차 관계사 공급=LG화학은 원인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칫 LG화학 제품 불량 인식을 준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EV와 EV 배터리는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 미래가 달린 분야다. 현대차도 LG화학도 잘못이 명확히 드러나는 것보다 원인불명이 유리하다. 한쪽이 책임을 져야 할 경우 부담이 크다.

원인 규명이 끝나지 않은 점은 사실이다. 리콜은 가능성만 제시했을 뿐이다. 배터리셀은 LG화학이 만들었다. 에이치엘그린파워가 이 셀을 배터리팩으로 가공한다. 에이치엘그린파워는 LG화학과 현대모비스 합작사다. 현대모비스는 배터리팩과 BMS, 냉각시스템을 배터리시스템어셈블리(BSA)로 구성해 납품한다. BMS는 현대캐피코에서 생산했다.

누구 주장이 맞는지에 대한 단서는 리콜을 2단계로 진행한다는 점에 있다. 배터리셀이 확실하다면 ‘BMS 업데이트 후’라는 단서가 필요 없다. 바로 배터리팩을 교체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현대차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LG화학이 할 수 있는 최대 힌트를 제공한 셈이다.

◆ESS 화재·갤노트7 폭발도 논란…고객사 대신 배터리가 책임=배터리 업계는 이미 2차례 위기를 겪었다. ESS와 스마트폰이다. 2번 모두 1차 조사와 2차 조사 결론이 달랐다. 모두 최종 책임은 공교롭게도 배터리 업계가 졌다. 완제품 제조사가 흔들리면 추후 배터리를 공급할 시장이 사라진다.

ESS 화재는 2017년 8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총 28건이 발생했다. 정부는 2019년 6월 화재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발표 후 일어난 화재는 총 5건. 다시 조사했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 ESS 화재사고 조사단은 배터리가 원인이라고 했다.

정부 대책은 ‘충전율 제한’과 ‘옥외 설치 지원’이다. 배터리 업체 탓을 시정하기 위한 조치로는 미흡했다. 배터리 업체가 반발한 이유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사고 이전 세계 ESS를 주도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국내 ESS 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안전대책 등에 각각 5000억원 이상을 집행했다.

◆LG화학, EV배터리 1위 타격 우려…코나EV 리콜 해외도 관심=갤럭시노트7은 2016년 8월 출시했다. 판매 1개월여 만에 제품 화재로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리콜을 실시했다. 배터리 불량으로 여겨 배터리를 교체하고 다시 제품을 출하하려 했지만 또 문제가 생겼다. 10월 생산 및 판매를 중단했다.

2017년 1월 삼성전자는 배터리셀 불량 탓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설계와 SW 오류가 아니라고 했다. 1차 중단은 삼성SDI를 최종 중단은 중국 ATL 배터리가 잘못됐다고 했다. 삼성SDI와 ATL은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편 이미 LG화학 이미지 타격은 현실화했다. 주요 외신이 코나EV 리콜을 보도했다. EV 배터리는 배터리 업계 미래다. LG화학은 업계 1위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이 기간 LG화학 점유율을 24.6%로 집계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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