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주도권 잡은 중국… 경쟁국들 대응 상황은?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중국 선전시에서 ‘디지털 위안화’가 유통 중인 가운데, 러시아도 오는 2021년 초 ‘디지털 루블화’를 공개할 전망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주도권을 중국이 잡으면서 이 분야에 주력해온 주요 국가들에서도 CBDC 실험이 이어지는 추세다.
CBDC는 말 그대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를 말한다. 중국의 CBDC는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로, 선전시는 지난 12일부터 DCEP 실험을 시작했다. 선전시민 중 5만명을 뽑아 인당 200위안(약 3만 4000원), 총 1000만위안(약 17억원) 규모 DCEP를 지급하는 실험이다. 사용은 선전시 내 가맹점에서 가능하다.
선전시 발표에 따르면 실험 참여 의사를 밝힌 시민은 200만명이며, 지난 18일(현지시간)까지 추첨으로 뽑힌 5만명 중 4만 7573명이 DCEP를 받았다. 또 지급된 위안화 중 88%인 880만 위안이 이미 가맹점에서 사용됐다. DCEP를 사용한 거래는 6만 2788건에 달한다.
시민들은 지급받은 DCEP를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가로 DCEP를 충전하기까지 했다. 선전시는 90만 1000위안(약 1억 5380만원)어치가 추가로 충전됐다고 밝혔다.
선전시의 실험은 기관 대상의 거액결제용 CBDC가 아니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액결제용 CBDC가 실제 결제에 사용된 사례다. 이와 달리 러시아의 CBDC 실험은 중국에 비해선 용도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연방중앙은행은 오는 2021년 실험용 디지털 루블화를 공개하고, 이후 복리후생비나 급여 등에 디지털 루블화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일반 소매점 소액결제의 경우, 중국과 달리 가맹점마다 결제 단말기를 바꿔야 하는 문제점이 있어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러시아의 디지털 루블화 실험에는 대형은행 5곳 이상이 참여한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통신사 이즈베스티아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 대형은행 중 최소 5곳이 디지털 루블화 테스트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국영으로 운영되는 프롬스비야즈 은행, 모스크바 크레딧은행과 시중은행인 제니트은행, 돔 모기지 은행 등이다.
우리나라 역시 CBDC 실험 면에선 중국보다 속도가 더딘 상태다. 한국은행도 오는 2021년 CBDC 파일럿(시범) 시스템 출시를 목표로 현재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다. 즉 실험을 위한 시스템을 출시하는 게 1차 목표인 상황이다.
앞서 지난 8월 말 한국은행은 CBDC 파일럿 시스템의 1단계 목표인 설계 및 요건 정의와 구현 기술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또 이를 바탕으로 2단계 목표인 외부 컨설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미국은 섣불리 CBDC 실험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19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주최 세미나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다른 국가들이 CBDC의 첫 번째 주자가 되는 것을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선전시의 CBDC 유통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어 그는 “사이버 공격이나 사기의 위험은 없는지,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지 등 CBDC와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진 CBDC를 발행하지 않겠다”며 “처음 하는 것보다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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