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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2020] 한국식 망사용료 전세계 어디서도 안낸다?…말장난 넷플릭스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결국 건진 것은 없었다. 23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 논란이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지만, 넷플릭스 측은 끝내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갔다. 예견된 일이다. 한국법인 대표 대신 팀장 실무자가 증인으로 서 애시당초 책임 있는 자세는 기대하기 어려웠단 평이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가 진행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 이하 방통위) 종합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넷플릭스의 무임승차 논란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벌어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넷플릭스가 정작 국내 사업자에 대한 망 사용료와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 측 증인으로는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팀장<사진>이 자리에 섰다. 앞서 과방위는 레지날드 숀 톰슨 넷플릭스서비시스 대표를 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했지만, 해외체류를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연 팀장을 대리자로 채택해야 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망 사용료 문제다. 현재 넷플릭스는 국내에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는 이 문제로 법원에 채무부존재 소송까지 건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양사간 갈등을 조율하고 있던 방통위의 재정 절차를 무시해 ‘코리아 패싱’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과방위 의원들은 넷플릭스가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는 인터넷제공사업자(ISP)들에게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 사례가 있으면서도 정작 한국시장에는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변재일 의원은 “넷플릭스가 버라이즌·컴캐스트·AT&T 등 미국 통신사에는 망 이용료를 내는 것으로 아는데 한국에선 무상으로 망을 쓴다”며 “글로벌 사업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모든 비용을 이용자에게 부담시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전혜숙 의원 또한 “넷플릭스가 미국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협공했다.

연주환 팀장은 “제가 알기로 미국에는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망 사용료든 어떤 명목이든 대가를 지급하는 게 있냐”는 양정숙 의원 질문에는 “‘국내 ISP들이 요구하는 형태’의 망 사용료는 전 세계 어느 ISP에도 내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언뜻 단호한 입장으로 보이지만, 사실 사업자마다 ‘망 사용료’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계약상 용어가 달라질 수 있어 애매모호한 지점이다.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대신 강조하고 있는 ‘오픈커넥트’ 시스템도 사실상 국내 사업자들이 비용부담을 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왔다. 연주환 팀장은 “파트너사들과의 구체적 내용은 계약상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넷플릭스가 캐시서버로 지원하는 오픈커넥트 프로그램은 전적으로 저희가 비용을 부담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넷플릭스 측은 망 사용료와 관련해 수 차례 확인받는 질의를 받았지만 “한국 ISP와 잘 협의하겠다” “관련 법규를 성실히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세금 회피 의혹에 대해서도 한발 물러섰다. 연주환 팀장은 “국내 세법에 따라 세금을 잘 납부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역외탈세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국세청은 넷플릭스 한국법인이 미국 본사에 거액의 ‘경영자문료’를 지급하는 식으로 세금을 회피했다는 혐의를 제기한 바 있다.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넷플릭스가 2018년 9월만 해도 월 결제액이 63억원이었다가 2년 만인 올해 462억원으로 7배가 늘었다”면서 “그것도 카드사 결제액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통신사 등을 통해 결제된 것까지 생각하면 1년에 6000억원가량 벌어간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박 의원은 이 점을 들어 “넷플릭스가 돈만 벌어가는 회사가 돼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우리가 넷플릭스에 요구하는 것은 국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얻는 수익에 대해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트래픽 발생과 관련해 망 이용대가를 제대로 지불하며, 국내 콘텐츠 제작도 잘 했으면 좋겠다는 점”이라며 “이 점을 본사와 잘 소통하고, 나중에라도 넷플릭스코리아가 입장을 정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연주환 팀장은 “지적사항들을 깊이 새겨 듣고 앞으로 개선해 한국에 어떻게 더 투자하고 한국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넷플릭스가 되겠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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