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토니 스타크, 브루스 웨인 그리고 이건희

윤상호
- 제2대 회장 공통점…소유·경영 태도, 회사 운명과 개인 평가 갈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영웅의 삶을 산 2명의 기업 오너가 있다.

한 명은 영웅이 된 후 회사 주력 사업 변경을 선언했다. 전문 경영인을 최고경영자(CEO)로 둔 후 개입하지 않았다. 그를 영웅으로 만든 기술도 악용을 우려해 회사에 넘기지 않았다. 개인 활동이니 개인 비용과 시간을 썼다.

다른 한 명도 전문 경영인 CEO를 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회사를 좌우하는 일은 놓지 않았다. 회사 비용을 영웅 활동에 유용하기도 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투자는 회사를 위기로 몰았다. 정체를 알아낸 맞수의 공세는 회사와 주주의 피해로 돌아왔다.

마블 인피니티 사가 ‘아이언맨’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배트맨’에 나온 토니 스타크와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다. 영웅 서사에 집중하기 마련이지만 소유와 경영에 대한 중요한 화두도 던진다.

이들은 각각 스타크인더스트리와 웨인엔터프라이즈 제2대 회장이다. 경영 능력 증명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됐다. 표면적 결과는 같았지만 내용이 달랐다. 시리즈 마지막 스타크인터스트리와 웨인엔터프라이즈 운명도 갈렸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사진>이 별세했다. 향년 78세. 삼성 2대 회장으로 27년을 재직했다. 1987년부터 2014년까지다. 이 기간 삼성은 시가총액은 약 1조원에서 약 400조원으로 불었다. 매출은 약 10조원에서 약 400조원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도 전문 경영인을 적극 활용했다. 전면에 나서는 일을 자제했다.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였다. 결단을 내릴 땐 과감했다. 반도체 1위, 휴대폰 1위, 신경영 선언 등이 대표적이다. 회장 이건희와 개인 이건희의 경계는 불분명했다. 이 회장의 주식 차명 보유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불법 승계 의혹 등은 결국 그의 사법처리까지 이어졌다. 개인적 숙원에서 시작한 자동차 사업은 실패했다. ‘세계의 삼성’과 ‘삼성공화국’이 공존했다.

마블과 DC의 스토리는 끝났지만 삼성의 스토리는 끝나지 않았다. 삼성의 항해는 이어진다. 방향타는 이재용 부회장이 잡았다. 이 부회장은 수차례 과거와 단절을 약속했다. 새로운 삼성은 사랑 받고 존경 받는 기업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 시대가 저물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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