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美대선] 바이든 시대, 우리 IT산업에 호재?… 오히려 가시밭길 될 수도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조 바이든 후보가 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최종 승리하면서 선거인단 과반수를 확보,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됐다. 취임식은 내년 1월20일이다. 미국의 권력지형은 4년만에 다시 민주당 정권으로 재편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불복, 소송전을 벌인다면 정권 이양 시기가 예정보다 더 늦어질 수 있겠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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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의 미 대선 승리를 전하는 미 언론들 (CNN 캡처)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의 미 대선 승리를 전하는 미 언론들 (CNN 캡처)

이미 세상의 무게 중심은 바이든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자가 대선 승리를 최종 확정짓기전 주요 경합지역에서 역전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빠르게 움직였다. 친환경, 전기차 배터리 등 IT 관련 주들이 강세를 보였으며,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은 급등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권이 기존 트럼프 정권과 다르게 향후 IT산업 친화적인 정책 노선을 지향한다고해서 그것이 우리 IT산업에도 과연 긍정적일 것이라는 예상은 조심스럽다.

트럼프 정권은 지난 4년간 통상 문제로 세계 주요국들과 마찰과 갈등을 빚었지만 상대적으로 IT산업 분야에선 큰 이슈를 만들지 않았다. 화웨이 압박 이슈가 있었지만 이는 본질적으로 IT이슈가 아니라 미-중 갈등 과정에서 생성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IT분야에 힘을 쏟기 보다는 자신의 공약인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부활을 일찌감치 재선 전략으로 정했고, 특히 자신의 지지기반인 미국 5대호 주변의 ‘러스트 벨트’를 의식한 제조업 회귀 정책에 상대적으로 힘을 쏟았다.

더구나 미국의 주요 IT기업들은 트럼프 정권과 불편한 기류가 강했다.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기간중 자국의 IT기업들을 위해 발벗고 나설만한 동인도 생성될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결과적으로 ‘우리 IT 산업의 입장에서보면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는 게 IT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우리 IT산업은 앞으로 바이든 정권에선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여러 견해가 나오고 있고, 앞으로의 상황 전개도 지켜봐야겠지만 트럼프 시절 때보다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않다.
IT산업 친화적인 미국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는 우리 IT산업에도 민감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 사진 좌로부터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IT산업 친화적인 미국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는 우리 IT산업에도 민감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 사진 좌로부터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오바마 시절에도 결정적 순간에 자국 IT기업 손들어… 美 우선주의 기조는 불변

무엇보다 바이든 정권도 기본적으로 자국 기업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높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ca First)’와는 성격이 다소 다르겠지만 과거 오바마 정권때처럼 미국 IT기업들의 이익을 보다 적극적으로 대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에 있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ITC 결정’ 거부권 행사 사건이 꼽힌다.

그 해 6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침해했다며 당시 아이폰3G 등 해외에서 생산된 일부 애플 제품의 미국내 수입 금지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몇 개월뒤 미국 무역대표부(이하 USTR)에 권한을 위임해 이 판결을 뒤짚었고, 결과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미국이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셈이 됐고, 애플은 미국에서 삼성전자와 특허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당시 USTR는 결정문에서 “수입금지 조치가 미국 경제와 소비자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했다”는 군색한 논리를 폈다. 민주당 정권이 미 IT기업에 상대적으로 친화적인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IT산업측면만 따로 떼놓고 본다면, 민주당 정권의 보호무역주의는 현재의 트럼프 정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디테일이 훨씬 강하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내심 달갑지 않다. 이는 그만큼 우리 IT산업에 더 민감하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과 민감한 IT현안들 여전히 많아… IT업계 촉각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기간에 표면화하지 않았던 여러가지 IT 통상 현안들이 앞으로 바이든 시대에서는 다시 작동될 것인지 여부가 현재 우리로선 주목해야할 점이다.

5년전,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마지막해였던 지난 2016년 초, 당시 미국 USTR가 작성한 각국의 ‘무역장벽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IT관련 이슈가 적지 않았다.

USTR가 당시 규정한 무역장벽의 유형은 ▲관세 등 수입정책 ▲위생검역(SPS) 및 기술장벽(TBT) ▲자국산 선호정책, 비공개 입찰 등 정부조달 관련 차별 조치 ▲수출보조금 ▲ 지적재산권(IP) 보호 미흡 ▲ 본국 송금 제한, 현지 콘텐트 규정 등 투자 장벽 ▲정부 묵인 하에 이뤄지는 반경쟁적 관행 ▲전자상거래(E-Commerce) 제한하는 것 등이다.

USTER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은 한국에 대해 기술무역장벽(TBT)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한국의 공공기관용 네트워크 장비의 조달 사례를 들었다. 미국은 '국가정보원의 보안적합성 인증 절차가 CCRA인증을 획득한 네트워크 장비에 대해 추가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미국측은 한국 정부의 보안적합성 인증 절차가 과도하며, 이는 무형의 무역장벽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USTR는 전자상거래(E-Commerce)부분에선 당시 보안유출 우려때문에 큰 논란이 됐던 구글의 지도데이터 문제를 언급했다.

미국측은 한국이 한국 내 지도 정보(위치 기반 데이터)의 해외기업에 대한 접근(수출)을 제한하고 있어, 미국 기업들의 진출에 장애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즉, 한국 정부의 지도정보에 대한 미국 기업의 접근제한을 전자상거래의 규제라고 규정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안보의 이유로 군사지역 등 일부 시설에 대해 지도 데이터의 반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입장에선 무역장벽으로 인식하는 괴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의 주도로, 64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K-비대면 솔루션' 공급하는 바우처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1개 중소기업당 400만원(자부담 10%)의 바우처를 지급하고, 이와 관련한 솔루션을 공급할 300개 국산 SW업체 등 관련 기업들을 선정했다.

그러나 미국측은 한국의 이같은 'K-비대면 솔루션 바우처' 사업을 '자국산 선호 정책'으로 규정하고, 이로 인해 미국의 SW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문제를 삼을 수 있다.

앞으로 바이든 시대가 열리면, 미국의 IT기업들이 이러한 IT 관련 통상문제에 있어 기존 트럼프 시대보다는 훨씬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의 민주당 정권이 우리 SW산업, IT산업에게 만만치 않은 도전의 시기가 될 수 있다.

◆클라우드 시장 개방, 데이터센터 해외 이전 등 IT현안 초미 관심

현재 IT분야에서 가장 민감하게 논의될 분야는 역시 클라우드가 꼽힌다. 미국을 대표하는 클라우드 기업 AWS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16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4년전인 2016년 3분기 32억 달러보다 무려 400%가까이 성장한 수치다.

전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AWS, MS, IBM 등 미국의 클라우드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공세가 거세다.

2016년 당시 미 USTR 보고서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관련해 '한국의 클라우드 컴퓨팅과 관련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고 비교적 간략하게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만 하다라도 한국의 공공, 금융 부문의 클라우드는 보안 등의 우려로 완전히 개방되지 않았으며,. 강력한 정부의 통제하에 있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이 부분을 지적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4년전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 금융위원회는 2019년부터 민감한 금융데이터라도 외부 클라우드 전문업체에 위탁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미국 IT기업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공공 및 금융 클라우드 시장 환경이 지난 2016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완전히 개방된 것은 아니다. 금융데이터의 해외 클라우드 센터로의 이전은 아직도 불가능하다. 해킹 등 금융사고 발생시, 해외에서는 우리 금융 당국의 감독권한이 미치지 못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가 적지않기때문이다.

만약 바이든 정권이 출범한 이후, 한국 이외의 해외 클라우드 센터로의 이전 허용 등 보다 진전된 조치가 새로운 한-미간 통상 의제로 설정된다면 적지않은 후폭풍이 불가피하게 된다. 국내 금융 데이터센터의 해외이전 등이 논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국내 IT서비스 생태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주목해봐야할 것이,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해외 전산센터 이전이다. 국내에 진출한 시티은행 등 미국계 은행의 경우, 시티그룹의 방침에 따라 싱가포르 등지로 전산센터 이전을 시도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앞서 금융 및 보험의 경우엔 2013년 금융기관 정보 및 IT 설비 해외이전 규정이 한-미 FTA와 한-EU FTA 합의 조항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이 때문에 미국측은 국내 금융회사의 IT설비의 해외이전은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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