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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美 ITC 소송, 불확실성 커진 SK이노베이션…왜?

윤상호
- 협상, 해 넘길 경우 최소 5개월 사업차질 불가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이 SK이노베이션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소송 최종판결이 LG화학이 낸 2건의 소송 다음에 나는 것으로 정해졌다.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ITC는 지난 5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등을 특허침해로 고소한 소송(337-TA-1179, 2차 소송) 최종판결을 2021년 11월30일 하기로 했다. 예비판결은 2021년 7월30일이다.

양사는 ITC에서 총 3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침해로 고소한 1차 소송(337-TA-1159)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특허침해로 고소한 2차 소송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특허침해로 고소한 3차 소송(337-TA-1181)이다. 소송을 제기한 시점에 따라 1차 2차 3차를 구분한다. 1차는 작년 4월 2차와 3차는 작년 9월 접수했다.

판세는 SK이노베이션이 불리하다. 소송도 협상도 마찬가지다. 이번 ITC 결정으로 일정까지 SK이노베이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1차 소송은 예비판결까지 진행했다. SK이노베이션이 조기패소했다. 2차 소송은 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 논의까지 이뤄졌다. LG화학 입장에 동의했다. SK이노베이션 입장은 반대하지 않았다. 예비판결은 최종판결에서 뒤집힌 경우가 없다. OUII 의견은 참고사항이다.

LG화학은 법리 다툼 없이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

ITC 소송은 서로가 서로에게 자료를 요구해 이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는 구조다. 증거인멸은 정당한 소송을 방해한다는 점에서 제재 대상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증거인멸’을 했다는 점을 잡아냈다. 1차 소송 예비판결과 2차 소송 OUII 결과 모두 증거인멸이 결정적 원인이 됐다.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양사 기대치 간격이 크다. 그룹 차원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 초기 ‘양사 소송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LG화학은 ‘기업 사이에 벌어진 일을 국익으로 덮으려 한다’고 반박했다. 국익 논란이 커지자 정부가 양사 고위급 만남을 주선했다. 작년 9월 LG화학 신학철 대표와 SK이노베이션 김준 대표가 자리를 가졌다. 성과는 없었다.

LG화학은 경찰과 검찰 고소를 병행했다. 이번 일의 발단은 LG화학 직원의 SK이노베이션 대량 이직. LG화학은 ‘직업 선택의 자유 저해’와 ‘임직원에 대한 통제 강화’ 비난을 받았다. 대신 도덕적 비판을 받더라도 법적 실리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SK이노베이션은 톱다운 협상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2014년 양사 합의문’을 공개했다. LG 권영수 부회장을 소환했다. 권 부회장은 2014년 당시 LG화학 배터리 사업을 맡았었다. ‘ITC 3차 소송이 2014년 합의를 위배했기 때문에 권 부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관련 국내 소송도 냈다. LG화학은 대응하지 않았다. 국내 소송은 지난 8월 1심 판결이 났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다시 ‘국익’ 카드를 꺼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협상 자세에 의구심을 표했다. 협상에 무게를 뒀다면 상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국익 거론 자체가 본질을 흐린다고 판단했다.

기업간 영업비밀침해와 특허소송은 대개 협상으로 끝난다. 소송은 협상에서 유리한 패를 쥐기 위한 수단이다. 양사는 ITC에 상대 제품 미국 수입 및 판매금지를 요구한 상태. 최종판결은 60일 이내 미국 대통령 재가 여부로 확정한다. LG화학은 1차 소송 예비판결로 확실한 패를 1개 쥐었다. SK이노베이션이 이를 상쇄하려면 2차 소송 승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정상 SK이노베이션이 원하는 패를 받더라도 LG화학을 압박하기가 힘들어졌다. 1차 소송 최종판결은 12월10일이다. 2021년 2월8일 효력이 발생한다. 2차 소송 예비판결은 7월30일이다. 최소 5개월 이상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 오히려 LG화학이 원고인 3차 소송 최종판결은 2021년 7월19일이다. SK이노베이션보다 먼저 LG화학이 1장의 패를 더 볼 수 있는 셈이다.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질 위험이 높다. 주주와 고객사가 인내할지 미지수다.

한편 시간은 LG화학의 편이라는 평가다. LG화학은 지난 10월30일 전지사업 분사를 확정했다. 12월1일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출범한다. LG화학 100% 자회사다. LG화학 전지사업은 지난 2분기부터 흑자를 기록 중이다. 재원 운용 선택지가 늘어났다.

SK이노베이션은 1차 소송 최종판결 확정 전이 골든타임이다. 하지만 협상 급진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인사와 마감 등이 겹친 시기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분기까지 3분기 연속 적자다. 배터리 사업은 2022년 손익분기점(BEP)이 목표다. 사업 차질과 협상 지연 둘 다 악재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윤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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