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다시 짐싼 티맵, 홀로서기 성공할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올해 1월 열린 가전·IT 전시회 CES2020을 ‘모빌리티 대전’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플라잉카 비전을 내걸고, 자동차 회사가 아닌 업체들도 혁신 모빌리티와의 융합을 꿈꿨다.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자동차 전시관 한복판에 모빌리티 부스를 차렸을 정도다 .

SK텔레콤도 그중 하나였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5G 기술을 바리바리 싸들고 간 CES에서 SK텔레콤은 전시관 한 곳에 차량용 통합 인포테인먼트(IVI)와 HD맵 업데이트 기술, 라이다 센서 등 자사 모빌리티 서비스를 한껏 뽐냈다. 당시 현장을 찾은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도 5G와 모빌리티의 시너지를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현재 SK텔레콤이 ‘티맵모빌리티’로 도전장을 냈다. 회사는 최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식으로 모빌리티 사업 분사를 결정했다. 박정호 대표는 “모빌리티 사업이 SK텔레콤 다섯번째 핵심 사업부로서 새로운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서울과 경기권을 30분 내로 연결하는 플라잉카를 비롯해 대리운전, 주차, 대중교통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라이프 플랫폼이 되겠단 구상이다.

이에 따라 신설회사 ‘티맵모빌리티’는 올해 12월29일 출범해 내년 상반기에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 우버와의 합작법인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우버는 티맵모빌리티에 약 5000만달러(한화 575억원), 곧 있을 합작법인에 1억달러(한화 115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탈(脫)통신’을 외친 국내 1위 통신사와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의 통 큰 만남에 업계 안팎에서 기대감이 쏟아진다.

일단 티맵은 기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있다. 월간사용자 수 1200만명의 내비게이션과 이용자 75만명의 T맵택시 서비스를 토대로 대리운전, 중고차, 공유자동차 등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려도 적지 않다. 티맵은 이미 독립을 꾀했다가 다시 SK텔레콤 품으로 돌아온 전적이 있다. 2011년 T스토어·11번가와 함께 SK플래닛이라는 새 둥지를 틀었고, 결과적으로는 독립 사업으로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당시에는 ‘SK’라는 울타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경쟁 통신사나 다른 기업과의 전향적인 협력이 어려웠고, 충분한 투자금도 없었다. 결국 2016년 티맵은 다시 본진에 들어와야 했다.

티맵의 재도전은 그러나 ICT와 모빌리티 산업의 융합이 본궤도에 오른 지금, 다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CES2020이 예고한 대로, 각종 모빌리티 서비스부터 5G라는 고속도로 위에 내달릴 자율주행차와 플라잉카에 이르기까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5년 뒤 플라잉카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고, 운전자 없는 드론 택시가 얼마 전 서울 상공을 날았다. 모빌리티 플랫폼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물론 장밋빛 미래만을 꿈꿀 수는 없다. 냉정하게 보면, SK텔레콤의 미디어·커머스·보안 등 비통신 사업은 아직도 치열한 시장구도 속에서 녹록지 않은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조차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 글로벌 공룡에 떠밀려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다. 모빌리티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 기존 시장을 선점한 기업을 제쳐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올해 초 CES2020에서 박정호 대표가 유행시킨 신조어 아닌 신조어가 바로 ‘초협력’이다. 협력을 넘어서는 협력이란, 기존 영역과 산업의 경계를 뛰어 넘는 융합을 시도하겠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 점에서 티맵이 ‘SK’ 간판을 뗐다는 점이 무엇보다 반갑다. T스토어만 해도 원스토어로 이름을 바꾸면서 KT·LG유플러스와 협업이 가능했다. 이제 웨이브는 지상파와 손잡았고, e스포츠 회사 T1은 미국 컴캐스트와 함께한다.

티맵의 경우 이번에는 우버라는 든든한 동반자도 있다. 적어도 SK플래닛 분사 때처럼 맨땅에 헤딩은 아니다. 박 대표가 염원하는 플라잉카를 통한 도심 연결을 이루려면 도심항공 모빌리티를 준비 중인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체와의 전방위적 협력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SK’의 정해진 문법, 그리고 기존 통신기반 내수시장에 국한한 전략에서 벗어나야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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