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만들기 위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는 해외의존도가 높다. 지난 10여년 줄곧 지적했던 문제다.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 기업의 약점을 부각했다. <디지털데일리>는 소부장 육성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우리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유망기업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이 개화하면서 세계 주요국들은 인프라 구축에 한창이다. 여전히 미비한 부분이 많아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관련 업체가 주목받는 이유다. 최초로 5G 구현에 성공한 국내 업계도 분주하다. 통신 3사를 비롯해 중계기, 안테나, 통신 모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협력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도 마찬가지다. 5G 기지국에 쓰이는 무선주파수집적회로(RFIC),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통신 칩 등이 대상이다. 다만 전파를 주고받는 송수신기에 활용되는 파워앰프(PA)와 저잡음앰프(LNA)는 아날로그디바이스(ADI), 코보 등 미국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PA는 신호를 증폭하고 LNA는 감쇄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2004년 설립된 베렉스는 PA와 LNA 국산화를 이끌었다. 이 회사는 이남욱 대표와 유형모 부사장이 세웠다. 두 사람은 2003년 미국 업체의 RFIC 기술을 토대로 창업할 계획을 세웠고 현재까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각각 한국 법인, 미국 법인을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1966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삼성맨으로 30년 넘게 근무했다. 삼성전자의 시작부터 세계 진출을 함께한 인물이다. 유 부사장은 삼성이 인수한 반도체 회사 해리스에서 근무했고 미국에서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반도체 전문가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만난 노학재 베렉스 이사는 “RFIC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크게 국방, 인프라, 사물인터넷(IoT) 등 분야를 주력으로 한다”며 “미국, 중국, 이스라엘, 독일 등 20여국 490여개사의 고객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렉스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다. 칩을 설계하면 타워재즈 윈세미컨덕터, DB하이텍 등에 생산을 위탁한다. 국방 분야는 해외 업체와 주로 거래한다. 미국 L3·MITEQ, 프랑스 텔레스 등 통신 모듈 등을 납품한다.
인프라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가 주요 고객사다. 삼성의 통신장비에 PA, LNA 등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국내 최초로 노키아 기지국 장비에 RF 칩을 공급하기도 했다. 시스템인패키지(SiP) 기술로 PA 3개와 LNA 1개가 결합된 제품이다.
신성장동력으로 IoT 시장을 점찍었다. 안테나 아래에 달리는 프런트-엔드 모듈로 공략한다. 안테나만 달린 정보기술(IT) 기기는 단거리 신호만 주고받을 수 있지만 해당 모듈을 장착하면 100미터(m)~1000m 내 원거리 통신도 가능하다. 베렉스는 PA, LNA, RF 스위치 등을 하나의 IC로 구현해 프런트-엔드 모듈을 만든다. 덕분에 생산 비용과 실장 면적을 최소화했다.
노 이사는 “IoT 비즈니스는 올해 1월 미국 회사를 인수하면서 본격화했다. 스마트워치, 베이비 모니터 등에 모듈을 탑재하고 있다”며 “중국 비보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헬멧, 스마트 가로등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향후 가전 시장 등도 진출할 계획이다.
IoT는 대형 업체들이 엔드유저로 있는 만큼 래패런스가 더욱 중요한 분야다. 노 이사는 “미국 노르딕과 1차 래퍼런스를 디자인했고 온세미컨덕터, 다이얼로그, 사이프레스 등과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베렉스는 지난 6월 벤처기업협회가 선정한 ‘2020년 우수벤처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비상장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3년간의 경영성과를 토대로 혁신성과 성장성, 고용창출, 사회공헌활동 등을 심사해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