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취재수첩] 인텔의 위기

김도현
- AWS 애플 MS, 연이은 ‘탈인텔’ 선언…삼성 SK ‘방심은 금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영원한 건 절대 없다.’

최근 인텔을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인텔의 위기설이 제기된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단순 걱정을 넘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텔은 반도체 왕좌를 가장 오래 지킨 업체다. 잠시 삼성전자 등에 1위를 내주긴 했지만 수십년 동안 선두권을 유지했다. 그랬던 인텔은 연이은 ‘탈(脫)인텔’ 선언과 마주했다.

클라우드 최강자 아마존이 시발점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 2018년 클라우드 서비스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자체 개발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AWS 전용 CPU를 만들었다. CPU 업계의 주력 시장이 PC에서 데이터센터로 진작 넘어간 시점에서 AWS의 행보는 인텔에 큰 타격을 줬다.

2위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도 최근 탈인텔에 동참했다. AWS와 마찬가지로 ARM 설계 기반으로 자체 칩을 생산하기로 했다. ‘윈도우’라는 운영체제(OS)의 MS와 ‘코어 프로세서’의 인텔의 동맹에 균열이 생긴 셈이다. MS는 서버용은 물론 PC 제품 ‘서피스’에도 해당 반도체를 사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서버 1~2위 업체에 이어 애플도 인텔의 품에서 떠나기로 했다. ‘맥북’에 애플 CPU ‘M1’을 탑재했다. 이미 AMD에 PC 시장을 내주고 있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세 업체의 공통점은 ARM과 손을 잡은 부분이다. 인텔과 AMD의 x86 계열이 ARM 계열로 대체되는 흐름이다. 이들이 ARM을 선택한 배경에는 저전력, 첨단 공정 활용 등이 꼽힌다.

인텔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SK하이닉스에 낸드플래시 사업을, 미디어텍에 전원관리(PWM)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기로 했다.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도체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올해 발생한 연이은 인수합병(M&A)과 철옹성 같던 인텔의 흔들림이 이를 증명한다.

인텔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도체 업체들은 러닝머신 위에 올라있다. 움직이지 않으면 현 위치도 유지할 수 없다. 올해 삼성은 대규모 투자를, SK는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단행했다. 이러한 투자가 있어야 반도체 코리아를 지킬 수 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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