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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사업자 예비허가, 당락 가른 조건은?…대주주 적격성, 거버넌스에 초점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위원회가 22일 21개 업체에 대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예비허가를 내줬다.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신청한 35개 기업 중 심사보류기업(6개사)을 제외한 29개사에 대한 심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농협·신한·우리은행 등 은행 4개사와 국민·우리·신한·현대·BC카드, 현대캐피탈 등 6개 여전사 기업, 네이버파이낸셜·레이니스트·보맵·핀다·팀윙크·한국금융솔루션·한국신용데이터·NHN페이코 등 핀테크 8개사가 포함됐다. 또 미래에셋대우, 농협중앙회, 웰컴저축은행 등도 예비허가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받을 만한 곳들이 받았다는 반응이다. 다만 한 IT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마이데이터비즈니스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예정대로 발표가 난 것은 바람직하지만, 창의적인 스타트업들이 등장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아직 내부규정 등 데이터 거버넌스가 완전하지 않은 핀테크 업체들이 약점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예비허가를 받은 업체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보맵은 “이미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마이데이터를 활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인슈어테크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된 만큼 본허가까지 잘 준비해 소비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발목 잡은 대주주적격성=이번 심사에서는 대주주적격성에 대한 심사가 엄격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와 관련해 케이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바 있다. 결국 법을 수정한 끝에 케이뱅크의 자본금 확충 등 문제를 풀 수 있었다. 때문에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있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깐깐하게 사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핀크·삼성카드·경남은행은 대주주 부적격 문제로 이번 심사 보류대상으로 지정됐다. 마찬가지로 이번에 보완이 필요한 8개사로 지정된 민앤지·비바리퍼블리카·뱅큐·아이지넷·카카오페이·쿠콘·핀테크·해빗팩토리 등에서 일부 기업은 대주주 적격성 관련 문제가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에 예비허가를 신청한 핀테크 업체의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추가자료 제출 요구가 있었다. 금융위가 사업 허가에 신중한 것 같다”고 밝혔다. 토스도 보완사항으로 심사 서류 보완 정도로 전달 받았다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 업체의 경우 지배구조 때문에 일찌감치 탈락이 결정되는 분위기였고 금융사의 지배구조 이슈 탓에 영향을 받은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물적요건 충족에 대한 부분도 주의깊게 살펴본 것으로 알려진다.

◆핀테크 대상 허들은 더 높아질 듯=예비허가를 받은 기업들은 ▲최소자본금 5억원 이상 ▲해킹 방지, 망 분리 수행 등을 위한 충분한 보안설비 ▲서비스 경쟁력·혁신성, 소비자 보호체계 마련 ▲충분한 출자 능력, 건전한 재무 상태 ▲신청인의 임원에 대한 벌금, 제재 사실 여부 ▲데이터 처리 경험 등 데이터 산업 이해도 등 6가지 요건에 대해 심사를 받았다.

이 중 해킹 방지, 망 분리 수행 등을 위한 충분한 보안설비는 사실상 금융사에 준하는 전산장비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실행시킬 수 있는 핀테크 기업은 많지 않다는 것이 그동안 핀테크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던 문제다.

하지만 무엇보다 데이터 거버넌스 차원에서 아직 신생기업인 핀테크 업체들이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비스 경쟁력·혁신성, 소비자 보호체계 마련이 바로 데이터 보안과 관련한 데이터 거버넌스와 연관되는데 이러한 체계 마련은 대형 금융사들도 데이터 거버넌스 컨설팅부터 데이터 관련 인증 등 준비할 것이 많은 게 사실이다.

업계에선 이번 마이데이터 예비허가 과정에서 대주주적격성과 마찬가지로 데이터 보관 및 전송과 관련한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마련을 금융위가 주의해서 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관련 비영리국제단체인 마이데이터코리아허브 관계자는 “데이터거버넌스 체계가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실제로 운영과정에서 개인의 데이터 권리가 안전하게 관리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어려웠다고 알고 있다”며 “빅테크나 금융사는 이런 규정이 어느 정도는 갖추어져 있고 실제 운용되지만 핀테크 업체들은 내부 규정 등 관리체계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인가를 진행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비교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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