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AMD, ‘플스5’ 호황 불구 웃지 못하는 아이러니 [IT클로즈업]

김도현
- 공장 풀가동 중인 TSMC…AMD, 추가 물량 확보 난항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AMD가 ‘콘솔 딜레마’에 빠졌다. 콘솔 시장 상승세가 PC, 서버 분야의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좋은 데 좋지 않은 아이러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출시된 일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5’의 첫 달 판매량은 340만대 수준이다. 역대 최대 성적이다. 내년에는 최대 18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AMD는 PS5,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 시리즈 등 주요 콘솔 프로세서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언택트) 생활이 늘면서 콘솔 업계는 호황이다. 매진 행진을 이어가며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정도다.

AMD에 긍정적인 상황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하다. AMD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설계만 하고 생산은 대만 TSMC에 맡긴다. 분기당 월 15만장(웨이퍼 기준) 내외를 위탁하는 데 이 중 80%를 콘솔 프로세서에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는 신규 콘솔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비중을 늘렸다.

20%로 나머지 제품을 소화해야 하지만 문제는 PC와 서버 수요도 증가한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AMD의 1분기 PC용 CPU 시장점유율은 17.5%다. 연내 20%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서버용 역시 10% 내외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인텔이 10나노미터(nm) 공정에서 멈춘 반면 AMD는 7나노 칩을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하면서 반등했다.

인텔은 7나노 기반 CPU 생산 시점을 미뤘고 위탁생산(파운드리) 카드를 고려 중이다. 내년 초 파운드리 업체를 선정하더라도 즉시 신제품이 나올 수도 없다. AMD에는 ‘기회의 시간’이다. 하지만 CPU에 배정된 물량이 많지 않은 탓에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더 팔 수 있는 데 못 팔고 있다는 의미다. 서버와 PC용 제품은 콘솔 제품보다 단가도 더 높다.

자체 생산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라인 조정도 불가하다. TSMC의 경우 애플, 퀄컴 등의 수주 물량을 처리하느라 7나노 이하 생산라인이 꽉 찬 상태다. AMD의 추가 주문이 어렵다는 의미다.

제때 공급이 되지 못하다 보니 AMD의 CPU 가격도 올라가는 추세다. 일부 제품은 인텔 CPU보다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가성비’라는 장점을 잃은 셈이다.

GPU도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점유율이 증가세였지만 공급 부족으로 엔비디아 추격에 제동이 걸렸다. 엔비디아는 최신 GPU 생산을 삼성 파운드리에 맡겼다. 최근 추가 주문을 넣으면서 공급량을 늘렸다. 손발이 묶인 AMD는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MD 정도의 업체라면 현재 선택지가 첨단 공정이 가능한 TSMC, 삼성뿐인데 둘 다 생산능력이 여유롭지 않다”며 “AMD가 당분간 물량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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