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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주행' 삼성SDI vs '광폭행보' SK이노…승자는? [IT클로즈업]

김도현
- SK이노, 국내 배터리 2위로 올라설 듯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문이 제대로 열렸다.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업체가 연이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이 분전하고 있다. 다만 2~3위 업체 간 움직임이 사뭇 다르다. 조심스러운 삼성SDI와 거침없는 SK이노베이션 구도다.

◆삼성SDI, 소극적 투자 기조…전고체전지 승부수?=삼성SDI는 한국 중국 헝가리 등에 배터리셀 공장을 두고 있다. 현재 증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헝가리 괴드 공장이다. 1공장 생산라인 추가에 이어 2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경쟁사가 동시다발적 투자를 단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부족해 보일 정도다. 그동안 강조해온 삼성SDI의 수익성 위주 기조가 이어진 결과다. 생산거점만 봐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4각 체제’를 구축한 반면 삼성SDI는 3곳이다. 신규 거점은 검토 중이지만 빠른 시일 내 결정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난 28일 열린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같은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삼성SDI는 “생산능력을 고객사 생산 일정에 맞춰 확보할 것”이라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증설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안전주행’의 이유로 2가지를 꼽는다. 그룹 내 위치와 전고체전지다. LG그룹과 SK그룹이 전기차에 사활을 건 것과 달리 삼성그룹은 반도체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평가다. 삼성은 메모리반도체(D램·낸드플래시)는 물론 시스템반도체(시스템LSI·파운드리)까지 챙기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가 초호황을 맞이하면서 꾸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배터리에 온 힘을 기울일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전고체전지 시대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현재 배터리 시장은 리튬이온배터리가 대세다. 원료 조합에 따라 리튬인산철(LFP),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국내에서는 NCM 배터리가 주력인데 문제는 화재 위험이다.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를 위해 니켈 함량을 늘리면서 벌어진 문제다. 알루미늄을 섞는 등으로 대책을 찾고 있지만 위험성이 쉽게 사라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전고체전지다. 이 제품은 액체 상태 전해진 대신 불연성 고체전해질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화재 위험이 없으면서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2배 이상의 에너지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업체들이 차세대 배터리로 점찍고 개발 중이다.

삼성SDI는 전고체전지 분야에서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 일본 도요타와 맞대결이 예고된다. 이 때문에 아껴놓은 투자금을 전고체전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2027년 상용화가 목표인 만큼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점은 걸림돌이다. 하반기 양산이 시작될 ‘젠5’ 배터리가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줄지는 미지수다.

◆SK이노, 빚내서라도 투자…증설 또 증설!=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은 총공세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전, 석유사업 부진 등에도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 중국 미국 헝가리를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다. 중국 옌청과 혜주 공장이 올해 1분기 양산 예정이며 헝가리 2공장(2022년 1분기) 3공장(2024년 1분기), 미국 1공장(2022년 1분기) 2공장(2023년 1분기)가 순차적으로 가동된다.

연이은 투자로 SK이노베이션은 다소 늦은 출발에도 글로벌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11월 판매된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SK이노베이션은 5위를 차지했다. 6.5기가와트시(GWh)로 점유율 5.5%다. 전년동기대비 239.0% 상승하면서 톱10 중 가장 큰 성장률을 기록했다. 4위 삼성SDI도 전년동기대비 72.4% 오르면서 선전했지만 SK이노베이션에 추격을 허용했다.

지난 29일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4조원~4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다.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투자 규모를 줄이지 않았다.

이러한 기조는 SK그룹이 전기차 사업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을 필두로 SK넥실리스,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이 전기차 분야를 공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배터리 핵심소재 분리막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모회사를 지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SK이노베이션이 삼성SDI를 제치고 국내 2위, 세계 4위로 도약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차 E-GMP 3차 물량까지 SK이노베이션의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역전을 넘어 격차를 벌릴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배터리 시장은 고속도로로 볼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까지 서행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면서 “업체마다 전략이 다르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적극 투자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김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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