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적극 구애 美 vs 소극 지원 韓…삼성전자, 美 파운드리 증설하나

김도현
- 삼성전자, 美 텍사스에 세제 혜택 요청…“여러 후보지 검토 중”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미국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삼성 반도체공장 유치에 나선 덕분이다. 삼성전자 역시 현지 고객사 확보를 위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5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지방정부에 공장 증설을 위한 8억550만달러(약 9069억원)의 세금감면 혜택을 요청했다.

현지 매체 오스틴비즈니스저널은 “삼성전자와 오스틴이 10~20년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 중이다. 텍사스 사업기금 관련 인센티브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요청에 앞서 삼성전자는 6500만제곱미터(㎡) 규모 공장을 세울 예정이며 향후 10년간 1800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공장을 위한 투자금액은 170억달러(약 19조13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6년 미국에 진출했다. 오스틴에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R&D)시설과 위탁생산(파운드리) 라인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년간 해당 공장 인근 토지를 꾸준히 사들였다. 지난해 12월에는 오스틴 공장 증설 대비 차원에서 부지 용도변경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증설 가능성이 지속 제기돼 왔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투자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생산능력 확대 검토는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반도체 투자를 위해 복수의 후보지를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외에 애리조나, 뉴욕 등도 증설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

이번 투자가 가시화된 데는 미국의 적극 구애가 한몫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반도체 생산라인을 아시아에서 자국으로 옮기는 ‘기업 본국 회귀(리쇼어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체제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중국과의 기술패권 다툼이 한창인 가운데 반도체 주권을 잡겠다는 의지다. 이미 대만 TSMC의 애리조나 투자를 이끌어냈고 삼성전자 증설까지 기대하는 눈치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미국 투자는 필요한 부분이다. 미국에는 애플 AMD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기업이 즐비하다. 파운드리 업체의 대형 고객사이기도 하다. 경쟁사 TSMC가 중국 대신 미국을 택한 것도 이 점이 크게 작용했다.

현재 오스틴 공장은 14나노미터(nm) 내외 제품만 생산할 수 있다. 7나노 이하 공정은 처리할 수 없다. 신공장이 들어서면 극자외선(EUV) 장비 등을 투입해 주요 고객사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캠퍼스에도 증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폐수처리장 등 부가시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이 당초 예정된 규모보다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평택시에서 추가 지원을 요청한 상태지만 환경부 등에서는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미국에서 대규모 지원을 약속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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