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국내 업체가 일본의 반도체 소재 독점 체제를 깨기 위해 나섰다. 대상은 반도체용 초극박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솔루스첨단소재와 일진머티리얼즈는 반도체용 초극박을 국내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 각각 작년 하반기와 올 초 공급을 시작했다.
초극박은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쓰인다. 양사가 생산한 제품은 2마이크로미터(㎛) 두께로 머리카락의 50분 1의 수준이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해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이 분야는 그동안 일본 미쓰이가 시장을 주도했다. 미쓰이는 세계 점유율 9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특정 업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은 공급망 다변화를 원했고 동박 협력사가 첫발을 내딛게 됐다.
초극박은 인쇄회로기판(PCB) 제작 공법에 따라 크게 2종류로 나뉜다. 각각 텐팅(Tenting) 공법과 미세회로제조공법(MSAP)에서 쓰인다. 미쓰이와 솔루스첨단소재는 MSAP, 일진머티리얼즈는 텐팅으로 구분된다.
텐팅은 원하는 회로 두께만큼 도금한 뒤에 회로가 남을 부분만 코팅하고 나머지를 날려버리는 방식이다. 도금 과정에서 초극박이 활용된다.
MSAP은 텐팅과 달리 회로가 아닌 부분을 코팅하고 빈 부분을 도금해 회로를 형성한 뒤 식각(에칭) 공정을 거치면 마무리된다. 텐팅은 에칭할 부분을 고려해 설계하지만 MSAP은 이를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 업체들이 연이어 자체 생산에 성공하면서 반도체 업계는 반색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이후 대내외적으로 소재 국산화 움직임이 있었다. 쓰는 쪽에서 선택지가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수율, 품질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일본산을 대체하기는 힘들고 조금씩 비중을 줄여나가는 과정이 전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초극박 시장이 2019년 4128억원에서 2024년 1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보기술(IT) 기기의 경박단소화 추세로 미세회로패턴이 증가하는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