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슬기로운 소비생활] 생활가전 ‘UV-C’ 살균 봇물...유의할 점은?

이안나

- 일부 살균기 효과 없거나 유해…보호장치 및 KC 인증 확인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식기세척기나 공기청정기 등 가전 제품에 살균 기능을 더하는가 하면 휴대용 살균기가 대거 등장한 배경이다.

살균 방법으론 크게 가열식과 화학식, 자외선(UV) 살균으로 나뉜다. 가열식은 뜨거운 물로 젖병이나 유리병을 열탕 소독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쉽다. 화학소독은 분무기 형식으로 주로 쓰인다. UV 살균은 전자기파를 이용해 공기나 물체표면, 물을 소독하는데 다른 두 방식에 비해 살균 과정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UV는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의 영역이다. UV제품 중 전원이 켜졌을 때 파란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동작 중’임을 알리기 위해 파란색 발광다이오드(LED)를 별도 장착했기 때문이다.

UV도 파장 영역에 따라 사용용도가 다르다. 소독 및 살균 용도로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건 UV-C(200~280nm)다. UV-A(315~400nm)는 선탠 및 벌레 유인용, UV-B(280~315nm)는 피부질환, 치아미백 등에 쓰는 의료용이다.

UV-C는 전자기파로 박테리아, 바이러스 및 포자 DNA와 RNA를 파괴한다. 공공장소에서 위생을 위해 이전부터 사용해왔다. 대중교통과 화장실, 병원은 물론 식품업계에선 운송용 벨트와 포장재 소독에 활용된다. 하수처리장에서도 정화를 위해 쓰인다. 아직까지 UV-C에 내성이 있는 미생물은 알려진 것이 없다. 즉 원리상으론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UV-C로 제거할 수 있다.

단 이는 원리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UV-C 기능이 있다면 모두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제거한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UV-C는 적당한 거리에서 충분한 방사선량과 시간이 있어야만 미생물을 비활성화 시킬 수 있다. 따라서 숨겨져 있거나 가려져 있는 물체 표면에 있는 미생물의 경우 소독이 되지 않는다.

특히 공기살균기 같은 경우 제한 된 공간에서 바이러스 제거 효과를 측정한 것과 실제 사용 환경은 차이가 있다. UV-C 방사선에 대한 미생물 저항은 상당히 다양한데 미생물이 있는 환경에 따라 필요한 방사선량이 달라지기도 한다. 가령 업체가 8평 규모 공간에서 99.99% 바이러스 살균을 검증했다 설명하더라도 각 가정의 구조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실험 조건에서와 동일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업체들마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품질관리에 들이는 품 차이가 큰 이유도 있다. 시중 판매 중인 UV 살균기 중 일부는 효과가 없고 과장 광고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작년 12월 한국소비자원 실험 결과 일부 살균기는 살균 효과가 전혀 없고 인체에 해로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UV 살균기에 UV-C 파장이 아닌 살균과 관련 없는 UV-A 파장이 방출되거나 자외선 방출 보호장치가 구비되지 않았다.

자료=한국소비자원
자료=한국소비자원
아직까지 소비자들이 신뢰 가는 UV-C 살균기를 선별해 구매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자기기 안전성을 검증한 KC인증을 확인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 직류전원 42볼트(V) 이하 제품은 제외하고 있다. 대부분 UV 살균제품은 안전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살균 관련한 공인 인증이 없다”며 “일단 브랜드 있는 UV-C 램프들은 시장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만큼 검증 됐다고 볼 수 있고 그 램프를 사용한 살균기는 효과가 있다고 보면 된다”며 “사설 인증 기관을 통해 살균력을 테스트한 보고서를 살펴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단 UV-C 주요 특징들을 알아두면 과장광고 사례를 피할 수 있고 살균기 포함 살균 관련 제품을 구입할 때 도움이 된다.

같은 휴대용 살균기여도 제품 구조를 확인해야 한다. UV-C는 정확히 빛을 비추는 부분만 살균한다. 살균기에 스마트폰을 올려두었을 때 밑 부분을 돌기 등 받침대로 받쳐주지 않으면 바닥에 놓인 뒷면은 살균되지 않는다. 또 면적에 닿는 자외선 방출량과 시간이 살균력을 좌우하기 때문에 권장 시간 등을 추가한 제품이 보다 신뢰간다고 볼 수 있다.

제품 사양 등에서 UV-C 파장인 200~280nm를 정확히 방출하는지 확인하면 좋지만 모든 제품이 이를 적어놓은 것은 아니다. 과장 광고 사례 중엔 살균 기능을 강조했지만 UV가 아닌 405nm 파장의 가시광선(블루라이트)을 사용한 경우도 있다. 가시광선은 박테리아만 제거할 뿐 바이러스 제거 기능은 없다. 박테리아 제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6~7시간 정도로 오래 걸린다.

다른 예로 칫솔 살균기를 구매하기 위해 검색하다 보면 ‘UV-LED 방식’을 강조하며 원적외선 방식과 비교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원적외선은 애초 살균용으로 사용되는 제품이 아니다. UV-LED 방식이라고 표기해놨지만 파장 수를 300~400nm로 표시한 경우도 있다. 실상 살균과 무관한 UV-A 파장대를 담고 마치 강한 살균력이 있는 것처럼 표현해 구매 전 확인이 필요하다.

최근 조명 시장에서 형광등에서 LED로 옮겨가는 추세에 맞춰 살균 램프도 일반 UV-C 램프가 아닌 UV-C LED를 탑재하기도 한다. 형광 램프가 360도로 빛을 방출한다면 LED는 직진하는 성질이 있다. 아직까지 일반 램프에 비해 UV 출력량이 높지 않고 많은 LED를 탑재해야 하기 때문에 휴대용 살균기나 에어컨 내 필터만을 관리하는 등 특정 부분 살균에만 쓰인다.

즉 블루라이트를 사용한 박테리아 살균용 제품을 모든 균을 살균할 수 있는 것처럼 과장한다던가 출력이 낮은 UV-C LED를 모든 공간이 살균이 가능한 것처럼 강조하는 제품은 피해야 한다.

UV-C는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으면 화상을 입을 수 있고, 눈에 노출되면 망막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항상 유리와 플라스틱 등 다른 물질로 차폐하되는 것이 중요하다. 케이스를 열었을 땐 전원이 자동 차단되는지 광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적절한 보호장치를 설치했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이안나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