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분석

[현장] KT 주총 ‘고성’ 여전…그래도 주가 불만 가라앉았다

최민지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29일 KT는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39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속 강화된 방역 지침 속에서 열렸지만, KT 주총답게 곳곳에서 고성이 난무했고 피켓시위가 전개되고 있었다.

다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주가에 대한 주주 불만은 상당히 가라앉은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영진 주가 부양 의지와 함께 최근 KT는 코스피 지수 하락에도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주가 상승 국면에 돌입했다.


◆주총 시작 전부터 피켓 시위 “KT파워텔 매각 반대”=이날 오전 9시 KT 주주총회가 시작하기 전, 이미 KT연구개발센터 앞에는 시위가 한창이었다. KT파워텔 매각을 반대하는 집회를 볼 수 있었다.

지난 1월 KT는 KT파워텔 지분 34.85%를 아이디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노조는 KT파워텔 매각 결사 반대 피켓을 높이 들었다. 500억원 현금을 보유한 KT파워텔을 406억원에 넘기는 것은 ‘헐값 매각’이라는 지적이다.

건물 입구부터 시작된 집회 때문인지, 이번에도 KT 주총장은 수많은 경호원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내부에 들어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QR체크인 말고 “콜 체크인”=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 출입명부를 작성해야 했다. 보통 QR체크를 사용하지만, 이번에는 KT 080 콜체크인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주총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080 특정번호로 통화하면, 문자를 수신하게 된다. 이 문자를 입장 때 제시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인증료는 KT가 부담한다.

다만, 두 번이나 080 콜체크인을 시도했으나 문자를 받지 못했다. 입장을 기다리는 다른 주주 또한 비슷한 상황을 겪어, 수기명부를 작성해야 했다.

열화상 카메라와 체온 측정을 거친 후 주주 자격으로 KT 주총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KT는 ‘코로나19 없는 클린 주총’을 위해 주총장 내외부에 철저한 사전방역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손 소독제를 곳곳에 비치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마스크도 제공했다.

◆주총 중계, 주주 분산배치…고르지 못한 질문기회 ‘불만’=KT는 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지정좌석제를 도입하고, 메인 주총장 외 2곳을 원격으로 연결했다.

주주들은 입장 때 받은 비표를 통해 무작위로 장소를 배정받았다. 운이 좋은면 메인 주총장에 입장할 수 있었고, 그렇지 못한 주주들은 중계방송을 봐야 했다.

KT는 중계를 보는 주주들의 질문권리도 보장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공간마다 카메라를 배치해 손을 든 주주를 보여줬다. 하지만 정작 질문은 메인 주총장 주주에게 모두 돌아갔다.

이에 중계장소에 있던 주주 일부는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들러리를 세운 것 아니냐” 등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성 오가는 주총장, 그래도 차분히 진행=KT 주총이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고성이 오갔다. “구현모 퇴진하라” “통신이나 제대로 해라” “KT파워텔 왜 매각하냐” 등 큰소리가 장내에 울렸다. 하지만, KT는 주총 때마다 이런 일을 매번 겪어온 기업이라 그런지 순서대로 차분히 진행했다. 특히, 구 대표는 이들에게 여러 번 발언권을 주고 불만을 경청한 후 답변을 내놓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성노조 소속으로 추정되는 한 노조원은 “통신비를 올려 국민들 호주머니를 털고, 노동자를 자르면서 월가 자본에게 배당하기 위해 50% 배당성향을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구 대표는 “통신을 포함한 모든 비용이 다 떨어지고 난 후 남는 순이익의 50%를 배당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남는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인 만큼, 전제가 잘못됐다는 점을 돌려 지적한 것이다.

발언권을 얻은 손일권 KT새노조위원장은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지적하며, 윤리‧정도경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수경영, 불법경영, 밀어내기 지원 압박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구 대표는 “허수‧불법경영 등이 드러날 경우 책임을 지도록 돼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주주 기대감, 경영진 주가부양 의지 통했다=지난해 KT 주총에서는 주가부양을 요구하는 주주 원성이 자자했으나, 올해 그런 모습은 상당히 사라졌다. 지난 26일 KT는 2만8300원으로 마감하며, 4거래일 연속 주가 상승을 일으켰다. 특히, 지난 24일에는 6거래일만에 52주 신고가를 갱신했다. 상승세에 돌입한 KT 주가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 개인주주는 “나름 실적 방어에 성공했고, 배당금도 많이 올랐다. 사실 지금 주가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나 지켜보겠다”고 언급했다. 또다른 기관투자자는 “KT가 작년부터 변화했다. 자사주를 취득하고 배당을 확대했다”며 “주가도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이며 주주친화적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구 대표는 “전통적 주력사업인 통신사업은 정체돼 있어 성장이 어려운 구조로, KT는 지난 십수년간 매출 15조원 벽을 넘지 못했다. 인건비와 비용은 매년 오르고 있다”며 “회사가 성장하지 않으면 이익을 낼 수 없고, 직원 일자리와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미디어 콘텐츠 금융 등 플랫폼 사업은 KT그룹 내 30%가량 차지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50%로 높여 회사 성장을 이끌겠다”고 전했다.

이날 주총은 오전 10시6분경 마무리됐다. KT에 따르면 주주 120여명이 이번 주총에 참석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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