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터뷰] “개발자는 무엇보다 ‘배움’이 중요” 백명석 11번가 포털개발그룹장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지금 회사에 배움의 기회가 많다면 다른 곳이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다 배우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발은 ‘기술’보다는 ‘장인정신’의 영역입니다. 현장에서 좋은 선배들과 배우며 일하는 게 중요하죠. 11번가는 업계 최고 대우까진 못 해줘도 좋은 개발자로 성장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정보기술(IT) 업계에 경력 개발자 구인 경쟁이 치열해졌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가리지 않고 파격적인 연봉을 제시하며 개발자 모시기에 안달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기업이 단순 급여 인상으로 경력자 빼오기에만 골몰할 뿐 개발자를 육성하고 성장시키기 위한 고민은 하지 않는다는 우려도 들려온다.

11번가 개발 조직을 총괄하는 백명석 포털개발그룹장<사진>도 같은 걱정을 안고 있었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11번가 본사에서 만난 백명석 그룹장은 근래 IT 업계에 부는 경쟁적인 연봉 인상 바람에 대해 “지금도 팀원들에게 회사에서 본인이 성장하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직을 해도 된다고 말한다”면서 “개발자들이 배움을 좇는 것을 어떻게 말리겠나”라고 말했다. 에두른 표현이지만, 오히려 11번가는 개발자들이 믿고 일할 수 있는 조직 문화라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 11번가, ‘신입 개발자’ 잠재력에 주목하다

백 그룹장은 포털 ‘다음’ 출신으로 2016년 11번가에 입사해 회사의 아키텍처 개선 작업을 이끌었다. ‘월간 십일절’과 같이 대규모 할인 행사를 할 때 이용자들이 대거 몰려도 끄덕 없도록 비동기 방식의 주문·결제 시스템을 구축했고, 안정적인 기능 배포를 위한 MSA(Microservice Architecture)를 도입했다. 최근엔 회사 시스템을 온프레미스(사내망)에서 퍼블릭 클라우드(개방형)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실 11번가는 1100여명에 이르는 전 직원 가운데 개발자가 약 50%에 이를 정도로 개발 인력 중심의 회사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연 100여명 내외로 개발자를 채용해왔고, 올해에도 100명 이상 규모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11번가는 신입 개발자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사내 직무 전문가 제도(‘직무 Expert 제도’)를 도입해 개발 교육을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신입 개발자 대상 실무 역량 강화 교육도 따로 하고 있다. 백 그룹장도 직접 사내 개발자들을 위한 프로그래밍 강의에 자주 나선다.

◆ “그룹장부터 팀원까지 장벽 없는 소통…협업이 최우선”

백명석 그룹장은 11번가 개발조직의 장점으로 직급 장벽이 없는 수평적인 문화를 꼽는다. 그룹장부터 팀원에 이르기까지 구성원들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한 것도 그래서다. 11번가에선 개발자들이 작성한 코드에 대해 서로 검토하고 토론하는 ‘코드 리뷰’도 활성화돼 있다. 백 그룹장은 “처음 11번가에 왔을 때 본부장으로서 코드 리뷰를 했는데 팀원들이 당황해하더라”라면서 “그만큼 흔한 일이 아니었던 건데, 이제는 제가 팀원들 코드에 대해 코멘트를 달아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백 그룹장은 ‘좋은 개발자가 되려면 심리학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 개발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구성원들을 잘 설득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백 그룹장은 11번가의 개발 인재상에 대해 “개발은 나 홀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성장시키는 일”이라면서 “자신의 역량을 높이는 데 관심이 많고, 장인 정신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는 인재였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네이버·쿠팡과 달라”…아마존까지 업은 ‘커머스 포털’

백명석 그룹장은 최근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을 계기로 달아오른 이커머스 시장에서 11번가가 ‘커머스 포털’로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뚝심도 내비쳤다. 공격적인 물류 투자로 ‘빠른 배송’을 선도한 쿠팡이나, 포털 기반 ‘최저가 검색’ 장점을 앞세운 네이버와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포부다. 그는 “온라인쇼핑은 배송과 가격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좋은 상품을 찾는 과정도 중요하다”면서 “11번가는 편리한 사용자환경을 만들어 고객이 상품을 선택하는 시간을 줄여주고, 11번가라는 플랫폼 안에서 쇼핑의 모든 과정을 해결할 수 있도록 ‘커머스 포털’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과의 협업도 고대하는 대목이다. 11번가는 지난해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하고, 11번가에서 아마존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백 그룹장은 “개발그룹에서도 아마존 상품 입점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다”면서 “오는 2023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굉장히 좋은 시너지를 낼 사업”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백 그룹장은 “11번가는 지난 13년간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이커머스 전반에 대한 탄탄한 운영 노하우와 유지보수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서 “아마존도 처음에는 온라인 책방으로 출발해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됐듯 11번가도 좋은 개발자들을 육성해 함께 성장하는 커머스 포털 기업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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