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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깊숙히 파고든 카카오, 문어발 확장 ‘성장통’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카카오의 성장세가 무섭다. 올해 1분기에도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필두로 모빌리티·페이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며 일상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성장세만큼 진통도 뒤따른다. 시장 지배력이 커지는 만큼, 기존 대기업 못지 않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체재가 없는 플랫폼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침범한다는 비판은 지속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12일 카카오 실적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4559억원으로, 전년보다 120% 성장했다.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합병한 다음해인 2015년(884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다섯배나 뛰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16개분기 연속, 영업이익은 9개분기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괄목할 성장을 이룬 곳이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페이 등 신사업 영역이다. 올해 1분기 신사업 부문에서는 전년동기 대비 89% 증가한 1898억원을 달성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모빌리티 T블루 가맹 사업 확대로 인한 택시 매출 확대, 카카오페이의 결제 거래액과 금융 서비스 확대가 주효했다고 회사는 자평했다.

그러나 모빌리티와 페이 모두 한편에서는 기존 업계와의 충돌로 잡음이 일고 있는 영역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기사들을 대상으로 유료 멤버십을 출시했다가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월 9만9000원 ‘프로멤버십’은 기사가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호출(콜)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는데, 사실상 멤버십 가입자에게만 호출을 몰아주는 것이란 지적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단체는 “카카오가 고율의 가맹수수료를 부과하고, 콜 몰아주기 논란과 같은 시장교란 행위를 하고 있다”며 “카카오 택시 호출 거부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를 향한 금융권의 불만도 누적되고 있다. 혁신 기업 이미지를 내세운 카카오가 금융권 규제를 비껴가고 있다는 역차별 지적이다. 미용실 예약 중개서비스인 카카오 헤어숍의 경우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수수료를 인상해 빈축을 샀다. 기존 건당 수수료는 첫 방문 고객일 경우 12% 재방문 고객일 경우 5% 수준이었지만, 수수료 체계가 변경되면서 재방문 고객 수수료는 무료로 하되 첫 방문 고객 수수료가 25%까지 올랐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계속 문제 삼고 있다. 카카오톡을 앞세워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자들을 포섭한 뒤 플랫폼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는 총 105곳에 이른다. 5년 새 두배가량 늘었다. 이는 글로벌 진출에 주력하기로 한 뒤 2017년 71개에 달했던 계열사를 지난해 47개로 줄인 네이버와도 상반된다. 이미 카카오의 계열사는 국내에서 SK그룹(144개) 다음으로 가장 많다. 인수합병(M&A)도 공격적이다. 특히 헤어숍, 실내골프장, 키즈앱 등 카카오의 혁신과 크게 관련이 없는 업종으로 확장하는 것에도 의아함이 뒤따른다.

정부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각각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은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거대 플랫폼이 서비스 입점업체나 이용자에 ‘갑질’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행위를 정해둔 것이 핵심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차남수 정책홍보본부장은 “생산적 상호작용에 도움을 주는 게 플랫폼의 역할인데, 과연 플랫폼들이 이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독과점에 대한 불공정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규제 움직임이 커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을 감안해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가 계속 생겨날 것”이라며 “특히 카카오는 M&A 수도 많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마찰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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