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스타트업 법률상식 56] 패러디 광고물과 저작권

김도윤

[법무법인 민후 김도윤 변호사] 비틀즈의 ‘애비 로드(Abbey Road)’ 앨범 커버 이미지는 “비틀즈의 네 멤버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라고 설명하는 순간 누구나 바로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유명한 사진이다. 스타트업이 소비자들에게 기업을 알리고 각인되기 위한 목적으로 ‘애비 로드(Abbey Road)’ 앨범 커버 이미지 같이 유명한 사진을 패러디하여 광고물을 제작한다면, 저작권 침해가 문제되지는 않을까?

일단 저작권 침해가 문제되려면 패러디의 대상이 되는 사진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저작물에 해당해야 한다. 저작권법은 사진저작물을 저작물의 예시 중 하나로 들고 있으며(저작권법 제4조 제1항 제6호), 판례는 "피사체의 선정,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셔터찬스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사진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1. 5. 8. 선고 98다43366 판결 참조).

위 판례가 제시하고 있는 기준에 비추어, 패러디 대상 사진의 저작물성이 인정된다면 패러디하여 제작한 광고물이 사진저작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대법원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무단히 복제하게 되면 복제권 침해가 되고, 이 경우 저작물을 원형 그대로 복제하지 아니하고 다소의 수정·증감이나 변경이 가하여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새로운 창작성을 더하지 아니한 정도이면 복제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대법원 2014. 1. 29. 선고 2012다73493 판결 참조), 복제란 저작물을 원상 그대로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을 의미하고, 부분적으로 다소의 개변이 가해졌다고 하더라도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면 복제에 해당하는 것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또한 판례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의 침해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침해되었다고 주장되는 기존의 저작물과 대비대상이 되는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점과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참조)과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할 것"이라는 점을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7다354 판결 참조).

즉 판례는 대상 저작물이 기존 저작물의 복제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되려면, 두 저작물 사이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점과 대상 저작물이 기존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며, 두 저작물 사이 실질적 유사성 유무 판단시에는 표현되어 있는 내용·아이디어가 아닌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고 사진저작물의 피사체와 동일한 자연경관을 동일한 방법으로 촬영한 피고 사진의 저작권 침해 여부가 문제된 사건(일명 '솔섬 사진' 사건)에서, 법원은 "동일한 피사체를 촬영하는 경우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자연물·풍경을 어떻게 촬영하느냐의 선택은 일종의 아이디어로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다.

비록 이 사건 사진저작물과 이 사건 공모전 사진이 모두 같은 촬영지점에서 물에 비친 솔섬을 통하여 물과 하늘과 나무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어 전체적인 콘셉트나 느낌이 유사하더라도, 전체적인 콘셉트나 느낌에 대하여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저작자의 창작의 기회 및 자유를 심하게 박탈할 수 있으므로 그 자체만으로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두 사진 사이 실질적 유사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3. 27. 선고 2013가합527718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 12. 4 선고 2014나2011480 판결 참조).

이러한 판례의 취지를 전반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건대, 스타트업이 유명한 사진을 패러디하여 광고물을 제작하려면, 참고하고자 하는 사진과 자신이 제작한 광고물 사진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닌 전체적인 콘셉트 등 아이디어만 유사한 것으로써, 두 사진 사이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도록 하여, 저작권법상 복제권 침해가 문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김도윤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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