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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원화마켓 폐지' 갑질 논란…프로젝트들 "사전 통보 없었다"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업비트가 사전 통보 없이 상장 프로젝트를 원화마켓에서 폐지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프로젝트들이 업비트에 대응책을 요구하면서 이번 원화마켓 상장 폐지가 소송전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예측까지 나온다.

◆사전통보 없는 ‘금요일 퇴근시간’ 공지…프로젝트들 항의 지속

지난 11일 업비트는 원화마켓에서 가상자산 5종의 거래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대상이 된 코인은 마로(MARO), 페이코인(PCI), 옵저버(OBSR), 솔브케어(SOLBVE), 퀴즈톡(QTCON)으로 거래량이 많은 인기 코인들이 포함돼있어 큰 논란이 일었다. 이와 함께 업비트는 가상자산 25종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일명 ‘코인 정리’를 감행했다.

업비트가 공지를 올린 시간은 11일 오후 5시 30분이다. 이날 오후 6시는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신고서 수리 컨설팅 마감기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업비트를 비롯한 거래소들은 금융당국에 영업을 신고해야 한다.

페이코인 측은 “사전 통보나 협의 없이,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신고서 수리 컨설팅 마감기한 30분 전에 업비트가 갑작스럽게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또한 업비트는 지난달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게 토큰 분배현황, 임원진 등 정보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 때 제출한 서류가 미흡하다는 업비트의 피드백에 따라 추가 자료를 충분히 제공했음에도, 사전 통보 없이 원화마켓에서 폐지된 프로젝트도 있다.

퀴즈톡은 “업비트에서는 정당한 사유와 논리도 없이 원화 상장폐지를 통보했고, 그로 인해 회사와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며 업비트에 제출한 6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모두 공개했다.

퀴즈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업비트는 퀴즈톡에 “내부 평가기준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며 “5월 31일까지 평가 항목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개선안을 전달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퀴즈톡은 지적받은 부분에 대한 개선안을 담아 업비트에 자료를 제출했다. 이후 제출한 자료와 관련된 추가 피드백이나 사전 통보 없이, 바로 원화 상장 폐지 공지가 올라왔다고 퀴즈톡 측은 설명했다.

이어 퀴즈톡 측은 “투자 피해를 입은 투자자의 사례를 접수해 업비트에 엄중하고 강력한 대응책을 요구하고자 한다”며 투자자들에게 퀴즈톡 관련 피해액을 캡처해 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두나무 관련 코인’이라서?…이유 알 수 없는 애매모호 기준

원화마켓에서 폐지된 가상자산 중 마로(MARO), 페이코인(PCI)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지분으로 엮여있는 코인이다. 이에 업비트가 특금법 영업 신고를 앞두고 이해관계가 있는 코인들을 정리하려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우선 마로는 두나무의 투자사 두나무앤파트너스가 투자한 가상자산이다. 또 페이코인을 발행한 다날의 자회사 다날엔터테인먼트는 케이큐브1호벤처투자조합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케이큐브가 두나무의 주요주주로 13.2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업비트 측은 기존 유의종목 지정 시 사용하는 평가기준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입장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원화마켓 유지 여부를 위한 평가 항목은 유의종목 지정 시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며 “해당 프로젝트들의 사업 성장 가능성 및 고객 관심도를 고려해 BTC(비트코인) 마켓은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비트가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프로젝트들은 우선 BTC 마켓 및 타 거래소에서 거래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페이코인 측은 “업비트의 BTC 마켓을 포함해 코인원, 후오비코리아, 지닥 등 국내 거래소와 리퀴드, BKEX 등 해외 거래소에서 거래가 가능하다”며 “향후 대형 거래소 상장을 논의 중이며 성과가 있는대로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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