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앱마켓 공룡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및 수수료 인상 정책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인터넷·콘텐츠 업계는 이로 인한 국내 앱 생태계의 구글 종속을 우려하며 현 시점을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한 ‘구글갑질방지법’은 정처 없이 국회를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와 구글갑질방지법을 둘러싼 논점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및 수수료 인상 논란은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같은 사안을 두고 글로벌 앱마켓 공룡의 지배력 남용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 미국·유럽서도 구글·애플 반독점 ‘정조준’
당초 인앱결제 갈등에 도화선이 된 것은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에픽게임즈다. 지난해 8월 에픽게임즈는 애플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며 앱내 모든 결제에 수수료 30%를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에픽게임즈는 자체 결제시스템을 구축했다가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을 당한 상태였다.
표면적으로는 두 회사간의 법정 싸움이었지만, 이는 구글을 포함한 글로벌 앱마켓과 앱·콘텐츠 개발사들간 갈등을 수면 위로 올린 계기가 됐다. 실제 에픽게임즈는 구글에도 같은 내용의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면서 전면전을 선포했다.
미국 의회의 앱마켓 규제 움직임도 가속화됐다. 애리조나 주 하원은 지난 3월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를 금지하는 ‘HB2005’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앱마켓 사업자가 애리조나에 있는 개발자 및 사용자에게 인앱결제를 강제할 수 없고, 인앱결제를 거부한 개발자에게 보복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이 골자다. 노스다코다주, 조지아주, 플로리다주, 일리노이주, 조지아주 의회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다.
앱마켓 공룡의 지배력 남용에 대한 위기감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유통과 관련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EU의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는 앞서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방침을 문제삼으며 제소한 데 따른 것이다. ◆ 전세계적으로 규제사례 없어…“글로벌 공조 필요”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도 앱마켓 사업자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는 분위기다.
‘HB2005’ 법안만 해도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좌초됐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레지나 콥 미국 애리조나 주 하원 예결위원장은 “HB2005 법안을 주 상원에서 통과시키려고 하자 구글과 애플의 반대가 굉장히 거셌다”며 “이들이 많은 로비스트를 고용해 압박하면서 결과적으로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고 밝혔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우리 국회는 지난해부터 구글과 같은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수단 강제를 막기 위한 법안들을 발의해왔지만, 정작 통과 문턱은 넘지 못했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만 7건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이 계류된 상태다.
여기에는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에 대한 직접 규제 사례가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 여당과 달리 야당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작년만 해도 법안 처리에 여당과 함께 발을 맞췄지만, 국정감사 막바지에 돌연 ‘신중론’으로 돌아서며 지금까지 사태를 관망해왔다. 미국과의 통상마찰 우려를 비롯해 구글갑질방지법의 유불리와 부작용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전문가들은 앱마켓 공룡들에 맞서기 위해 오히려 글로벌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레지나 콥 하원 의원은 지난 8일 여당 주도로 열린 ‘글로벌 앱공정성 방향’ 국제 컨퍼런스에서 “애플과 구글의 수수료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더 큰 차원의 연합과 대중의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 뷰즈 매치그룹 부사장은 “유럽과 미국, 호주 등에서도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일본도 곧 동참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