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배터리 한·중·일 삼국지가 펼쳐지는 가운데 중국이 치고 나가는 분위기다. 세계 최대 규모인 자국 전기차 시장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소재까지 장악한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21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CATL은 지난 1~4월 글로벌 전기차(EV)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21.4기가와트시(GWh)로 전년동기대비 285.9% 올랐다. 점유율은 32.5%로 국내 배터리 3사를 합친 것보다 높다. 전 세계 EV 3대 중 1대는 CATL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의미다.
선두 CATL은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 인근 부지에 신공장을 설립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푸젠성 쓰촨성 장쑤성 등과 인도네시아 일본 등에도 생산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재 건설하고 있는 독일 공장은 이르면 올해 말 가동할 예정이다. 가동 시 연내 배터리 생산능력이 200GWh까지 확대된다. 작년 기준 국내 배터리 3사 물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문제는 CATL이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핵심 고객사 물량을 빼앗고 있다는 부분이다. 리튬인산철(LFP) 및 각형 배터리를 통해 테슬라 BMW 폭스바겐 등에 어필하고 있다.
이외에 BYD CALB 궈쉬안 등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BYD는 이미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CALB과 궈쉬안의 올해 1~4월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567.2% 283.0% 상승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아직 한국과 일본 대비 중국 배터리 성능이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가격경쟁력 등을 앞세워 연이어 수주를 따내면서 경험치를 쌓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위협적인 이유는 또 있다. 배터리 소재 시장을 꽉 잡은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양극재 57.8% ▲음극재 66.4% ▲분리막 54.6% ▲전해질은 71.7% 등이다.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를 비롯해 리튬 니켈 망간 알루미늄 등도 중국이 주도하는 분야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국내 포스코 LG 등이 해외 광물업체를 공략하고 있지만 단숨에 중국 비중을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배터리 경쟁이 심해지면 자국 업체 위주로 원재료를 공급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