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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품은 신세계...강자 도약일까 승자의 저주일까

이안나

- 이베이코리아 3.4조 인수로 규모의 경제 실현…향후 시너지+차별화 관건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새 주인이 되면서 국내 e커머스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 네이버·쿠팡 양강구도를 형성해가던 흐름에서 신세계가 또하나의 위협적인 경쟁사로 발돋움 한 것. 신세계가 이베이 인수를 통해 차별화를 확보하고 ‘승자의 저주’ 우려를 피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임직원에게 보낸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해 “미래 유통 절대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라며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쿠팡을 비롯한 주요 이커머스 경쟁사를 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압도적 경쟁력으로 폭넓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게 된다”며 “이마트 SSG닷컴 이베이코리아간 적극적인 협업 모델을 구축해 국내 유일의 완성형 온·오프 통합 생태계를 구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2위로 우뚝…신세계, 온·오프라인 통합으로 체질개선=이마트는 미국 이베이 본사와 이베이코리아 지분 80.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하기 위한 지분 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24일 공시했다. 지분 20%를 남겨 이베이 본사의 책임감 있는 지원을 받는다.

이베이코리아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2% 정도로 네이버(18%), 쿠팡(13%)에 이어 3위다. 신세계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 점유율은 3%대 수준이다. 이베이코리아와 합산하면 15% 정도로 네이버·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특히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단순 온라인 강화가 아닌 사업구조를 ‘온라인’과 ‘디지털’로 완전히 바꾸는 시작점으로 삼고 있다. 이마트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온라인 사업 비중이 약 50%까지 높아지면서 체질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이를 시작으로 신세계는 ‘디지털 에코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마트·신세계백화점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뿐 아니라 최근 인수한 SSG랜더스야구단 및 이베이와 SSG닷컴 등 온라인 종합 플랫폼까지 갖춰 온-오프 ‘360 에코시스템’을 완성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신세계와 지분 교환을 통해 ‘혈맹’ 관계를 구축한 네이버까지 합세하면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베이 인수전 막바지에 불참을 선언하긴 했지만 이베이를 품은 신세계와 협력하는 구상을 고려해 경쟁사들을 견제할 수 있다. 네이버는 우선 신세계가 가진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전국 곳곳 유통망을 활용해 하반기 중 신선식품 장보기 서비스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입장에선 태생이 비슷한 카카오와 e커머스 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쿠팡 모두를 의식하고 있을 것이고 쿠팡의 적은 오프라인 물류망을 갖춘 이마트 등이기 때문에 결국 네이버와 신세계는 당장 서로 필요한 부분을 위해 공동의 적을 설정하고 시장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 3.4조 인수에 추가 투자까지…‘승자의 저주’ 우려도=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 이마트 등 온오프라인 채널간 시너지 등 효과는 작지 않을 전망이다. 이베이코리아 270만 회원과 숙련된 IT전문가들을 함께 얻으며 온라인 사업 규모 및 성장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다만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베이 인수 금액은 3조4400억원으로 이는 신세계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다. 당초 네이버와 공동 참여로 이베이 인수 관련 비용 및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듯 싶었지만 네이버가 중도 하차하며 신세계가 단독 인수하게 됐다.

정용진 부회장이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베이코리아의 매수 금액 부담에 따른 '승자의 저주'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수년간 자산유동화 과정을 진행해온데다 최근 시중은행 등으로부터 대출의향서를 받은 상태로 알려진만큼 당장 필요한 자금 조달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추가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세계는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 주영훈 연구원은 “이마트는 자산매각 및 기존 보유 현금을 더해 1조8000억~1조9000억원 가량 자금을 이미 확보하고 부족분인 1조5000억~1조6000억을 차입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조달금리 2.7%를 가정할 경우 연간 이자비용은 400억원 가량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단기적 비용 급증이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신세계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신세계가 이번 인수에 거금을 베팅했지만 그렇다고 업계 1위를 공고히 한 건 차지한건 아니다. 쿠팡 역시 대규모 물류센터 투자와 신선식품 강화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조를 감안하면 신세계는 쿠팡과의 정면대결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공격적인 마케팅·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국내 e커머스 시장이 점점 치열해지는 와중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 및 점유율은 네이버·쿠팡에 밀리며 정체 및 하락세였다. 업계에선 이베이가 ‘구원투수’는 아닌만큼 신세계가 네이버·쿠팡과 다른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시장에선 옥션 G마켓 등 각 사이트를 통합하는 작업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고객 접점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반면 판매자·소비자 회원정보를 통합해 편의성을 높이고 멤버십 및 대규모 프로모션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 자체도 10년간 옥션과 G마켓, G9를 합치지 않고 별도 운영하며 각각 특색 갖추며 소비자 접점을 늘려온 만큼 신세계로 인수가 된 후에도 플랫폼을 통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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