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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발뺀 네이버, 다음 시나리오는?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네이버가 결국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불참하면서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로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부담을 지기 보다, CJ 및 신세계와의 지분 혈맹을 활용해 쇼핑 시너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네이버의 최대 관심사인 물류 시스템 구축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당초 네이버는 신세계와 컨소시엄을 맺고 국내 이커머스 업계 3위 이베이코리아 지분 일부를 인수할 것으로 예상됐다. 스마트스토어 등 네이버쇼핑의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는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까지 품을 경우, 현 이커머스 1위 지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적잖았다. 하지만 네이버는 지난 22일 공시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 일부 인수 등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인수 절차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불참을 공식화 했다.

배경으로는 여러 요인이 지목된다. 일단 이베이 측에서 신세계·네이버 컨소시엄보다는 신세계와 양자 협상을 하길 원했다는 후문도 있다. 3자 구도로 거래할 경우 각사 이해관계에 따라 거래 구조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기업결합심사에 대한 부담감도 거론된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탄생을 견제하는 공정위가 이커머스 업계 1위인 네이버의 이베이코리아 지분 획득에 제동을 걸거나 강력한 인수조건을 달 경우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기대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베이코리아는 전국적인 자체 물류망이 갖춰져 있지 않다. 직매입으로 빠른 배송 경쟁력을 내세운 쿠팡의 추격을 물리치기 위해 물류 인프라 확보가 절실한 네이버에는 이 점이 걸림돌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네이버는 현재 국내 최대 물류 기업인 CJ대한통운과 손잡고 물류망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 상황에 물류 이점이 없는 이베이코리아에 조단위 자금 또는 지분을 투입해야 하는 거래는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확률이 높다.

◆ 네이버, 물류 약점 극복하고 혈맹 시너지 낸다

네이버와 신세계는 이미 지분 교환을 통해 ‘혈맹’ 관계를 구축한 상태다. 직접적인 지분 참여는 못하더라도, 향후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그에 따른 협력 시나리오를 구상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네이버와 신세계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공동 인수가 무산된 것과 별개로 양측의 사업 협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네이버는 우선 신세계가 가진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전국 곳곳의 유통망을 활용해 하반기 중 신선식품 장보기 서비스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물류 인프라 강화를 위해 CJ라는 든든한 우군도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일부터 CJ대한통운과 함께 경기도 군포에 상온 풀필먼트 센터를 가동했다. 풀필먼트란 주문·포장·배송·반품·재고관리를 총괄하는 통합 물류관리 서비스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주문된 상품을 CJ대한통운이 즉각 포장해 배송하는 방식이 된다. 기존 공산품 위주로 판매해온 네이버쇼핑이 빠른 배송으로 신선식품 영역까지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다. 양사는 오는 8월 경기도 용인에도 저온 풀필먼트 센터를 열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이미 자체 플랫폼에서 검색과 쇼핑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신세계 이마트와의 협력에 더해 이베이코리아를 활용할 시나리오를 검토했을 텐데 최종적으로는 투입되는 리소스 대비 기대효과가 낮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봤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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