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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연기' 크래프톤, 거품 논란 잠재우나…신사업 돌파구 찾기 주력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국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크래프톤에 '기업가치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6일 제출된 크래프톤(대표 김창한)의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자사 기업가치를 35조735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모 예정 금액은 4조6000억원에서 5조6000억원까지 잡힌다.

이는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이며, 기업가치 추정액은 실적에서 크래프톤을 앞서는 엔씨소프트 시가총액(약 18조)의 약 2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크래프톤은 월트디즈니와 워너 뮤직을 기업가치 비교군에 넣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일환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일 IB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은 크래프톤의 일반투자자 청약 일정을 이달 14~15일에서 이달 21~22일로 연기했다.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이 크래프톤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크래프톤은 주당 공모 희망가를 45만8000원∼55만7000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기업가치로 산정된 약 35조원의 금액은 지식재산권(IP) 기반 사업확장성에 대한 회사의 기대가 반영된 몸값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기업가치 및 공모 희망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크래프톤은 엔씨소프트·넷마블 등 국내외 대형 게임회사 7곳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디즈니와 미국의 레코드 레이블 워너뮤직그룹 등을 기업가치 비교군에 포함시켰다.

이들 9개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 중 가장 높은 값과 낮은 값을 제외한 7곳의 평균값인 45.2배를 크래프톤 실적에 적용해 기업가치가 추산됐다. 이중 월트디즈니의 PER은 88.8배에 이른다.

하지만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게임회사가 아닌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을 비교 대상에 일부러 포함시켜 기업가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두 곳 기업을 제외하고 게임 회사를 대상으로만 PER 평균값을 내면 약 38배, 기업가치는 29조원 수준에 이른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금감원 측은 "크래프톤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 등에 해당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공시했다. 공모가를 낮추라는 의미가 아닌 주요 사항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더 구체적인 정보, 근거를 제시하라는 취지로 정정신고서를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크래프톤은 원게임 리스크,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이슈로 최근 여론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여기에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중국 텐센트의 인기 게임 '화평정영'의 연관성으로 차이나 리스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간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화평정영은 전혀 다른 게임이며, 크래프톤의 성과나 수익성에서도 연관이 없다고 부인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액 비중에선 아시아 시장이 약 84%를 차지했다. 당시 게임업계에서는 크래프톤 최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가 중국이라고 봤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중국 리스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향후 중국 내에서 게임 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사업, 재무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여러 배경을 이유로 크래프톤 안팎에선 공모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크래프톤은 콘텐츠 사업 확장 및 원게임 리스크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콘텐츠 관련 기업에 활발한 인수와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적극 나서 IP 경쟁력으로 증명해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인도의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로코(Loco)'의 시드 라운드 투자에 참여한 소식을 알렸다. 인도의 게임 및 이스포츠 리딩 기업과 협업을 강화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크래프톤 측은 투자 배경에 대해 인도 게임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도의 비디오 게임, 이스포츠, IT,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인도 지사를 설립한 바 있으며, 지난 3월에는 인도 대표 이스포츠 기업 노드윈 게이밍(NOWDIN Gaming)에 225억원의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사 '띵스플로우'를 인수하기도 했다. 띵스플로우는 기술과 콘텐츠의 융합을 성공적으로 이끈 혁신 스타트업이다. 대표적으로 캐릭터 IP 기반 채팅형 콘텐츠 플랫폼 '헬로우봇'을 한국, 일본에 선보인 바 있다.

크래프톤 측은 "인터랙션 디자인 기반을 강화하고 확장함으로써 미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산업을 선도하고 혁신할 계획"이라며 "최근 비트윈어스 설립과 함께 VCNC의 '비트윈' 사업부를 인수한 것도 그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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