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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中 우회 서비스 사실상 인정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중국 텐센트의 인기 게임 '화평정영'의 긴밀한 관계가 드러났다. 17일 게임업계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기업공개(IPO) 본격 일정에 앞서 의도치 않게 중국 리스크라는 변수를 만나게 됐다.

앞서 16일 크래프톤은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중국 텐센트가 개발·서비스하고 있는 화평정영에 대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배분 구조에 따른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중국 내에서 게임 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사업, 재무상태 및 영업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화평정영은 전혀 다른 게임이며, 크래프톤의 성과나 수익성에서도 연관이 없다고 부인해왔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크래프톤과 텐센트가 공동 제작해 지난 2018년 글로벌 출시한 게임이다. 크래프톤의 주요 매출 타이틀이며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열혈 게임 이용자 층은 꽤 두터운 편이기도 하다. 다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2019년 5월 중국 내 서비스를 돌연 종료했다. 중국의 판호(게임 유통 허가증)를 받지 못해서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내 서비스 종료와 비슷한 시점에 중국 시장에 출시된 게임이 바로 텐센트의 화평정영이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두 게임은 사실상 같은 게임이라고 평가했다. 이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요소가 같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이나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이 거두어 들이는 수익에 화평정영 로열티 비중도 상당히 차지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분기 실적이 좋았던 이유는 중국 최대명절 춘절이 2월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휴일을 이용해 게임을 즐기려는 이용자들이 더욱 늘어났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현지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업 취메이 데이터에 따르면 화평정영은 지난 5월 중국 다운로드 수·매출을 종합한 모바일 게임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왕자영요와 함께 중국에서 게임별 매출 순위 최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는 게임이다.

그러나 크래프톤은 이에 대해 모른척 해왔다. 중국 내 서비스를 원활하게 펼쳐오기 위해 텐센트와의 협업을 속시원히 밝힐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달 정식 상장을 앞두고 회사 경영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르자 크래프톤은 화평정영 및 텐센트와의 연관성을 시인할 수밖에 없게 됐다.

크래프톤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은 이번 상장으로 국내 보유 재산 가치 16위의 부자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크래프톤의 주식 13.97%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큰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되는 곳은 텐센트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2대 주주다. 지난 2018년부터 크래프톤에 대한 지분 비율을 늘려왔으며, 공모 후 회사 지분 13.2%를 쥐게 된다. 장 의장과의 지분 격차는 0.77%에 불과하다.

향후 중국 정부의 추가 조치 등 중국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판호가 없는 상황에서 텐센트에게 기술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는 점은 중국 우회 서비스를 인정한 셈이 되기 때문에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 된다. 그간 중국 현지 퍼블리셔로 주요한 역할을 맡아왔던 텐센트의 중국 내 입지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안팎의 시선이 많아지고 있는 점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향후 중국 내에서 게임 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의 경우 당사가 이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현지를 비롯해 글로벌 주요 외신들도 크래프톤의 상장을 심도 있게 바라보고 있다. 특히 중국 다수 외신들은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가 발표한 내용을 인용보도하기도 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화평정영을 포함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5월 전 세계 게임 이용자로부터 전년 대비 5.2%p 증가한 2억5800만위안(한화 약 45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 현지 언론 hket은 "(매출액)이 중 56.6%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왕진화 기자>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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