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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 본궤도]② “세금 제대로 내” 국내 IT업계 엇갈린 ‘희비’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의 조세회피를 차단하기 위한 초국가적 대응이 이어지면서, 국내 IT 업계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등이 참여하는 포괄적이행체계(IF)는 현지시간 1일 ‘디지털세’에 대한 합의안 초안을 마련했다.

IF의 합의안은 ▲사업장 소재지와 관계 없이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필라1’ ▲조세회피 목적으로 법인세가 낮은 국가로 본사를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15%)을 도입하는 ‘필라2’로 요약된다. 필라1의 경우 연매출 200억유로(약 27조원) 및 이익률 10% 이상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대상이다. 이익률 10%를 넘는 초과이익의 20~30%에 대해 매출발생국에 과세권을 배분한다.

그러나 합의안 시행까지는 여전히 진통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안은 139개국 협의체인 IF 내 130개국이 찬성했지만, 아일랜드·헝가리·나이지리아 등 나머지 9개국의 반대도 여전하다. 그동안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피난처 역할을 해왔거나, 자국의 법인세율이 15%보다 낮은 국가들이 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만큼 자국의 유불리에 따라 이해관계 대립이 치열하다는 뜻이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는 디지털세 도입에 따른 한국의 손익에 대해 정확하게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정부로선 해외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과세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해외에서 과세 대상이 되는 한국 기업들도 생겨날 수 있다.

◆ 역차별 호소하던 네이버·카카오 등 ‘희(喜)’

이번 합의문으로 구글·애플과 페이스북·넷플릭스 등 해외 기업들은 웃지 못하게 됐다. 그간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핵심 사업의 사업장 소재지를 다른 국가로 설정하거나, 본사에서 광고 또는 판매권을 사와 되파는 방식으로 세금을 적게 내온 기업들이다. 실제 국세청에 따르면 글로벌 IT 기업 134곳이 2019년 납부한 세금(2367억원)은 국내 기업인 네이버 한 곳이 낸 법인세 4500억원의 절반에 그친다.

그러나 사업장 소재지를 불문하고 매출발생국에도 과세권을 부여하는 필라1(디지털세)을 통해 한국 정부는 이들 해외 기업에 상당한 추가 세금을 매길 수 있다. 그동안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 입장에서 불만이었던 법인세 역차별이 해소되는 것. 한 인터넷기업 관계자는 “국내에서 막대한 돈을 벌어가는 해외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면서 “전 세계적인 디지털세 도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 인터넷업계는 그간 디지털세 도입에 회의적이었다. 이미 자국에 법인세를 납부한 기업이 별도로 해외에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과세’이며, 이것이 자칫 국내 기업에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IF 합의문에는 이중과세 조정절차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한국에서 법인세를 낼 때 이미 외국에서 납부한 세금은 외국납부세액으로 공제를 해주는 식이다.

다만 업계 한 관계자는 “IF의 과세 기준이 지금은 높아보이지만 앞으로 갈수록 완화돼 간다면 역으로 해외에 세금을 내야 하는 국내 IT 기업이 늘 수 있다”며 우려했다. 실제, 이번 IF 합의문은 협정 시행 7년 뒤부터 과세 대상 기업 기준을 100억유로(약 13조5000억원)로 낮추는 안도 포함하고 있어 그 범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디지털세 사정권에 든 삼성·SK 등 ‘비(悲)’

이미 디지털세 사정권에 든 국내 기업들도 있다. 기획재정부 측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그 예로 들고 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연매출이 약 200조원 내외인 삼성전자가 필라1 대상에 들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SK하이닉스는 연매출이 약 30조원 내외로 매출 기준에 근접하지만, 해당되는지 여부는 실제 집행이 되는 때의 업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세는 원래 고정 사업장 없이 서버만 두고 있는 구글·아마존 등 IT 기업들을 정조준한 것이었지만, 논의 과정에서 이들 기업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제품을 파는 제조기업까지 디지털 시장 영역에 포함되면서 글로벌 사업 규모가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조준을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선 우려가 높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 2일 “OECD가 향후 디지털세 관련 세부 기준 결정과정에서 민간 경제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논평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정책실장은 “시장 소재지국 과세권한 강화는 당초 디지털서비스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 목적을 위한 것임에도, 합의안은 사실상 모든 업종을 대상으로 해 조세회피와 무관한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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