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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셧다운제는 전 국민 기본권 침해"…이슈화하는 국민의힘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기자] 게임 셧다운제가 청소년 뿐만이 아닌 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규제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는 평등권과 표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 다양한 측면에서 헌법적 문제가 제기됐다.

13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이날 '게임 셧다운제 폐지 및 부모 자율권 보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해당 규제에 여러 관계로 얽혀있는 현장의 목소리가 취합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이번 세미나는 전경련 회관에서 진행되려 했으나 화상회의로 변경됐다. 이는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이 됐는데, 이 자리에 300여명의 국민이 참여해 의견을 활발히 주고 받았다.

시작에 앞서 허은아 의원은 "한때의 잘못된 인식과 판단이 만들어낸 '셧다운제 규제'가 10년의 기간 동안 우리 게임 산업을 옥죄어 왔다"며 "세계인이 즐기는 '배틀그라운드'를 만들어내고, 세계적인 선수 '페이커'를 배출하는 등 꽃을 피워내고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져 가고 있으며, 'e스포츠' 역시 스포츠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도 참석해 축사와 함께 본인의 의견을 활발히 나눴다.

이준석 대표는 "제 학창시절 게임을 하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 학습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게임 산업에 대한 의식을 사행성 등으로 규정하지 않아야 하며, 게임 셧다운제를 청소년의 삶과 함께 산업적 측면을 검토해 차별이 없는 규제로 개선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축사를 통해 "청소년들이 게임을 올바르게 즐기려면 이를 지원하고 게임과몰입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합리적으로 청소년을 보호하는 방안이 무엇인지, 셧다운제의 효과와 한계를 전면적으로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세미나는 조문석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와 법무법인 온새미로 이병찬 변호사의 발제를 시작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승범 문체부 게임콘텐츠사업과장, 한종천 수원공고 교사,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현수 우리들의 마인크래프트 공간대표가 토론자로 나섰다.

청소년 수면부족 이유 1위는 공부, 2위는 인터넷 사이트 이용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 수면부족 이유 1위는 공부, 2위는 인터넷 사이트 이용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먼저 조문석 교수는 '게임이용시간 제한제도(셧다운제)의 논리와 정책의 한계'를 발제로 입을 열었다.

조문석 교수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셧다운제 시행 이후 게임이용 시간의 변화나 심야시간대 게임이용 시간의 변화를 분석한 여러 연구에서는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다"며 "적어도 셧다운제의 목표였던 '온라인 게임이용 시간을 규제해 수면 시간을 증가시키겠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조문석 교수는 정부가 청소년의 수면 시간 부족의 주요 원인을 게임으로 지목하고 정책 문제를 잘못 정의한 데서 비롯됐다고 피력했다.

또, 조민석 교수는 해당 규제의 수면 시간 확보가 목표였다면 청소년들의 수면 시간을 OECD 수준으로 증가시키자는 구체적인 계획도 설정돼야 했다는 의견도 냈다.

조민석 교수는 "실효성이 없고 사회적 비용만 초래하는 정책은 원점부터 문제를 다시 진단하고 재설계하거나 폐기돼야 한다"며 "신념에 의한 정책보다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병찬 법무법인 온새미로 변호사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헌법적 문제'를 발제하며, 해당 규제가 16세 미만 청소년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에서 명문으로 '게임을 할 권리'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취미로 게임을 즐길 권리도 행복추구권에 포함되는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에 속하는 기본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셧다운제에서 말하는 '지나친 이용'은 '장시간의 이용'을 말하는 것일뿐 '심야시간대 이용'을 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심야에 게임을 한다고 할지라도 장시간 이용이 아니라면 게임 과몰입이 아닐 수 있는 반면, 허용된 시간에 게임을 한다고 할지라도 지나친 장시간 이용이라면 게임 과몰입에 해당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또, 이 변호사는 해당 규제가 청소년 기준으로 기본권 뿐만 아니라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성인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규제는 게임사업자들의 표현의 자유, 부모의 교육권 등 모든 사람의 기본권을 일부 침해하고 있다고 봤다.

이 변호사는 "특정시간대에 청소년들이 인터넷게임을 즐기는 것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완화된 수단을 통해서도 동일한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청소년들이 심야에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입시경쟁으로 인해 밤늦은 시간까지 학원수업이나 자율학습이 계속되기 때문"이라며 "국가가 진정으로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싶다면 게임을 대체할 수 있는 놀이문화 및 공간을 제공하고, 오후나 저녁시간에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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