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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021 금융IT⑩] 빅테크와의 진검 승부는 지금부터…반격나서는 금융권

박기록
*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7월초 발간한 <2021년판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에 수록된 내용중 일부를 요약한 것으로, 편집 사정상 책의 내용과 일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 금융 당국, 전통적 금융회사들에게도 업무규제 완화·비금융시장 진출 허용
- 전통적 금융회사들도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 마련
- 보험업계엔 AI 기반 비대면 보험계약 허용, 신한은행은 O2O플랫폼 사업 진출 등 변화 가시화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4월 말, 신한은행은 인성데이타라는 국내 IT업체와 배달플랫폼 운영 협력을 체결했다.

날 체결식 행사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신한은행이 국내 은행권에선 처음으로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O2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상징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당시 신한은행은 “비금융사업 진출을 활성화하고,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는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은행이 온라인 주문배달 중개업을 하는 것이 생소하겠지만 인터넷 포털회사가 금융결제 사업을 하는 것도 다른 측면에서보면 생소한 것이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들의 전유물이었던 온라인 O2O 플랫폼 사업에 앞으로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게되면 관련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처럼 전통적 금융회사들이 020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게된 원인은 역설적이게도 빅테크 기업들이 제공했다.

발단은 '기울어진 운동장'론이다. 지난 2~3년간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 규제의 완화의 혜택을 입고 금융시장 진입에 무임승차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은 이렇다할 대항 수단이 없었다. 이에 빗대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이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된 것이다.

결국 금융 당국은 관련 규정을 정비해, 올해부터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에게도 O2O 플랫폼과 같은 비금융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또한 디지털 기반의 혁신 기술을 이용해 금융 업무가 가능하도록 금융 관련 규제도 완화시켰다. 신한은행의 국내 은행 첫 O2O 플랫폼 시장 진출은 이런 배경으로 이뤄진 것이다. 넓게보면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전통 금융회사들의 반격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公正한 혁신’→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 … “전통적 금융회사들에게도 기회”

올해 금융 당국이 제시한 금융산업의 디지털 혁신에는 ‘공정’(公正)이란 핵심 키워드가 가장 눈에 띤다. 여기서 말하는 ‘공정’이란 ‘공평한 기회’를 의미한다.

그동안 핀테크, 빅테크 기업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했던 규제 완화의 수혜를 올해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공평(균등)하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금융 당국은 금융권과 ICT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이같은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을 시정하기위한 ‘금융 규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월4일,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이 마련한 ‘금융산업 디지털 혁신 촉진’ 방안에 따르면 기존 전통적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디지털금융 촉진위한 금융·ICT 융합확대 ▲금융회사·디지털금융간 합종연횡 촉진제도 개선 ▲비대면 금융서비스 확대 ▲보험업 규율 강화 등이다.

특히 디지털 혁신을 통한 보험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강조됐다.. 이는 설계사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는 보험산업 구조를 디지털 기반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동시에 비대면 시대, 플랫폼 중심의 전자상거래 확산, 4차 산업 확대에 따른 사회안전망의 강화 필요성 등이 부각되면서 보험업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먼저 ‘금융·ICT 융합 확대’는 샌드박스를 통해 검증된 기술, 상품은 금융업에 월활하게 도입될 수 있도록 금융관련 법령, 제도개선으로 연계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AI 등 디지털 기술 기반의 보험권 공동 인프라를 강화해 소비자 편의성을 제고하고 보험업의 디지털화를 촉진한다. 예를들어 AI기반의 ‘자동차사고 수리비 산출시스템’을 고도화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사기예방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금융회사·디지털 금융간 합종연횡 촉진 제도 개선’은 인터넷·ICT 기반의 디지털 금융회사의 신규 진입을 허용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일부 금융업 진출도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관련하여 금융 당국은 기존 보험회사의 플랫폼, 마이데이터, 헬스케어 등 신산업에 대한 투자‧육성이 확대되도록 자회사 소유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카드사에게는 마이페이먼트(종합지급결제업) 진출을 허용하고, 보험사에게는 AI‧빅데이터를 활용한 보험료 산출 등 보험업의 본질 업무를 언더라이트, 손해사정 등 전문 기업에 위탁을 허용하는 것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대면 금융서비스도 확대했다.

특히 보험업의 비대면‧디지털화 촉진을 위해 모집방식별 칸막이를 전제로 유지해 온 행위규제를 전면 재정비한다. 대면 모집은 ‘비대면 방식’으로, 비대면 모집은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는 개선하고 동시에 소비자 보호장치를 보완했다. 실제로 올해 5월, 금융 당국은 보험사 직원이 아닌 AI가 보험약관을 읽어주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으며, 올 하반기에는 화상상담을 통해서도 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2021.4.29 신한은행 - 인성데이타 O2O플랫폼 업무 제휴식 <사진>신한은행
2021.4.29 신한은행 - 인성데이타 O2O플랫폼 업무 제휴식 <사진>신한은행
기존 빅테크 시장의 영역이었던 비금융 시장에서 앞으로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보여 줄 수 있을지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전투력측면에서만 본다면, 얌전해 보이는(?)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 역동적인 빅테크 기업들에게는 열세일 것 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싸움의 기술에선 몇배나 오랜 경험과 내공을 가진 금융회사들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누가됐든 살아남는 자가 강자다.

◆‘보험산업 디지털화’ 촉진…4차 산업혁명 확산, ‘사회안전판’으로서의 역할 확대

올해 3월2일, 금융위는 '보험산업 신뢰와 혁신을 위한 정책방향'이란 내용의 보험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빅테크 등 거대 기술기업에 맞설 수 있도록 보험산업의 역동적인 시장대응 필요성과 함께 디지털 시대에 부합할 수 있는 전략이 집중 제시됐다.

보험산업 정책방향은 4대 추진 전략과 함께 이를 세부적으로 지원하기위한 12개 핵심과제로 구성됐다. 관련하여 금융당국은 소액단기보험회사, 디지털 보험회사를 신규(추가) 인가해 국민 실생활 밀착 소액 보험 및 온라인 보험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AI를 통한 보험모집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개선하고,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 혁신을 확대한다. 특히 비대면 모집이 활성화되도록 규제를 개선한다. 보험사 규제 완화의 사례를 정리해 보면, ▲설계사 1회 이상 대면의무 면제(금융규제 유연화 조치 상시화), ▲전화로 중요사항을 설명하고 녹취하되, 중요사항 확인 및 서명은 모바일(URL 등)로 하는 하이브리드 모집 허용, ▲(화상통화‧챗봇)소비자 보호장치가 확보된 경우에 한해 화상통화‧챗봇을 통한 모집 허용 ▲(AI 활용) 전화 모집시 AI 음성봇이 TSS 기술을 통해 설명의무를 이행할 수 있게 됐다.

이와함께 자율주행차, 사이버 보험 등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위험에 대해 보험상품이 적시에 공급되도록 지원한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맞춰 자율주행 사고시 보장사각 지대 해소를 위해 개인용 자율주행차 보험상품 개발을 추진한다. 업무용 자율주행자(자율주행기술이 탑재된 자동차) 보험의 경우 이미 2020년9월부터 판매중이다.

한편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보험(UBI), P2P보험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혁신서비스 지정과 제도개선 병행한다. UBI(Usage-Based Insurance)는 빅데이터를 토대로 사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보험을 의미한다.

이와함께 ICT, IoT,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하는 혁신적 보험서비스에 대해서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지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허용된 비전통적 보험의 영향을 검토하고 부작용이 없으면 적극 제도화할 계획이다.

기존 보험회사의 손해율, 보험금 지급 관련 데이터 이외에 건강‧질병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보험회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 등을 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 금융-비금융 데이터 융합‧활용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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