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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한국은행 CBDC 모의실험, '미래 화폐'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주간 블록체인>은 기자가 음성 기반 SNS ‘음(mm)’에서 다룬 내용을 토대로 작성됩니다. 매주 목요일 9시 가상자산 재테크 서비스 ‘샌드뱅크’의 백훈종 COO(최고운영책임자)와 함께 ‘음’에서 <귀로 듣는 주간 블록체인> 방을 엽니다.

방에서는 전문가 패널로부터 더욱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기자에게 직접 질문도 가능합니다. ‘음’은 카카오톡 내 서비스로, 카카오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들어와서 방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한국은행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연구에 대해 깊게 다뤄봤습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플랫폼 구축 사업이 입찰신청서 접수를 마감했습니다.

모의실험 사업에서 눈에 띄는 것은 IT 대기업들이 해당 사업을 다 욕심낸다는 점입니다. 크게 보면 네이버, 카카오, SK그룹이 맞붙었습니다. 네이버 계열사 라인과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 그리고 SK C&C의 3파전이 예상되는데요. 사업 규모는 49억 6000만원으로 크지 않은데, 왜 대기업들이 이 사업을 이토록 욕심내는 것일까요?

또한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모의실험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CBDC가 가져올 미래도 주목됩니다. 더 나아가 CBDC가 비트코인 같은 일반 가상자산, 그리고 스테이블코인과는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CBDC가 나오면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데요, 과연 그럴지 다양한 의견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는 한국은행의 CBDC 모의실험 사업과 각 참여기업의 전략, 그리고 CBDC와 일반 가상자산의 관계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CBDC, IT 대기업들이 욕심낼 수밖에 없는 이유

CBDC는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자로, 말 그대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입니다.

한국은행은 CBDC를 ‘화폐제도의 자연스러운 발전과정에서 나오는 산물’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요, 현금 사용이 점점 줄어들고 금융도 디지털화되는 만큼 화폐도 전자적인 형태로 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비대면 결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현금 지급 대안이 필요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CBDC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은행도 따로 태스크포스(TF) 팀을 만들어 CBDC를 연구해왔고, 외부 사업자를 구해 컨설팅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CBDC 모의실험 용역사업 공고를 냈고요.

모의실험은 그동안 진행했던 연구나 컨설팅보다는 훨씬 더 구체화된 단계입니다. CBDC의 발행, 유통, 환수, 폐기 등 생애주기별 업무를 처리할뿐 아니라 송금이나 대금결제 같은 서비스 기능까지 실험합니다.

이 실험의 기반이 되는 기술이 블록체인입니다. 지난 4월 PWC 보고서를 참고하면 CBDC를 연구 중인 전 세계 중앙은행 60여곳 중 88%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합니다. 한국은행 역시 거래 데이터의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을 택했죠.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CBDC를 발행하면 특정 노드(네트워크 참여자)끼리만 위변조 없는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IT기업들에게는 기술력을 증명할 절호의 찬스입니다. 잘하면 ‘미래 화폐’가 탄생하는 데 이바지하는 셈이기도 합니다.

물론 한국은행은 “모의실험이 곧 CBDC 발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CBDC 발행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선 언젠가 발행될 수 있는 CBDC에 대비하고 싶을 것입니다. 만약 CBDC 발행이 결정됐을 때 어느 기업의 기술이 사용될지를 그려본다면 대기업들이 욕심내지 않을 수 없겠죠.

이에 대해 백훈종 COO는 “CBDC는 단순한 결제수단이 아니라 실제 법정화폐이기 때문에, 화폐가 자사 플랫폼을 통해 유통된다면 블록체인뿐 아니라 금융 분야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며 “이처럼 미래 지향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뛰어드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3파전’ 라인‧그라운드X‧SK C&C, 각각의 강점은?

그렇다면 라인, 그라운드X, SK C&C는 각각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번 한국은행 모의실험은 컨소시엄(공동계약) 형태로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라인, 그라운드X, SK C&C는 각각 주사업자로 참여했습니다. 대신 협력업체들을 뒀습니다.

같이 계약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사업자 기업들과 블록체인 기술을 공동개발하고, 모의실험에 착수하면 결제 분야 등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업체들입니다. 다만 이 업체들이 모두 알려질 경우, 입찰경쟁에서 상대방에게 힌트를 주는 셈이므로 일부만 알려진 상황입니다.

우선 그라운드X는 국내 블록체인 기술기업인 온더와 협업합니다. 온더는 블록체인 확장성 솔루션인 ‘토카막 네트워크’ 개발사인데요. CBDC는 법정화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엄청난 결제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처리하려면 확장성이 충분한 블록체인이 필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온더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그라운드X는 자체 개발한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CBDC용 프라이빗 버전으로 개발하는 방식을 택할 예정입니다. 클레이튼 프라이빗 블록체인 버전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에는 세계적인 블록체인 기술기업 컨센시스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컨센시스는 싱가포르, 호주, 태국 등 주요국의 CBDC 사업을 진행한 바 있는 ‘경력직’이기도 하죠.

그라운드X의 협력업체로 알려진 곳들은 다 블록체인 기업인데요. 라인과 SK C&C의 경우 결제기업들만 공개된 상황입니다.

라인은 네이버의 핀테크 기업 네이버파이낸셜과 협업합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라는 강력한 결제 서비스와 더불어 스마트스토어를 통한 소비 데이터도 가지고 있습니다. 모의실험 시 대금결제 같은 서비스 기능을 실험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또 라인은 CBDC 전용 블록체인 플랫폼인 ‘라인 파이낸셜 블록체인’을 만들어 차별화 포인트를 내세웠습니다. 기존 라인이 개발한 라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되, 필요한 모듈을 조합해 각 국가 CBDC에 알맞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직접 구성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CBDC의 결제량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초당거래량(TPS)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최대 2000TPS로, 기존 금융 서비스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라인이 공개한 CBDC 전용 블록체인 플랫폼 홈페이지.
라인이 공개한 CBDC 전용 블록체인 플랫폼 홈페이지.
백 COO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협업도 전략이지만, 라인은 라인페이라는 자체 페이 서비스도 가지고 있다”며 결제 기능 실험 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라운드X에 대해선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계열사와의 시너지는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자체 결제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아니다. 다만 CBDC 경력이 있는 컨센시스와의 협업은 강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SK C&C는 제로페이 운영사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과 협업합니다. 제로페이는 각 가맹점의 데이터를 제공할 예정인데요, 역시 결제사업자인 만큼 모의실험 시 결제 분야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제로페이 외 다른 협력업체들도 있지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SK C&C 관계자는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나, 경쟁 상황이기 때문에 모두 공개할 순 없다”고 전했습니다.

블록체인 부분에서도 SK C&C가 어떤 플랫폼을 활용할지 확실히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 단 SK C&C의 핵심 블록체인 플랫폼은 지난 6월 컨센시스와 협력해 출시한 ‘체인제트 포 이더리움’입니다. 체인제트 포 이더리움의 가장 큰 특징은 SK C&C가 개발해 특허를 출원한 ‘키(계정) 복구 서비스’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키 분실 위험을 없앴습니다.

◆CBDC 나오면 가상자산 필요없다? 과연 그럴까

마지막으로 CBDC가 나온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다뤄보겠습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디지털달러가 나오면 가상자산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여기서 디지털달러는 미국의 CBDC를 일컫는 것이겠죠. 과연 파월 의장의 예측처럼 될까요?

가상자산 업계에선 다른 의견이 제기되곤 합니다. 백 COO는 “CBDC가 법정화폐임을 고려했을 때 대부눈 법정화폐는 결국 연화(통화가치가 점점 약세 흐름을 보이는 통화)이고, 시간이 흘러서도 지속적으로 가치를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은 시간이 흐르면 가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특정 국가에 한정되지 않은 채 전 세계적으로 거래됩니다. 사람들이 저축을 하지 않고 코인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즉 CBDC와 가상자산은 주요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하긴 어렵다는 것이죠.

존재 이유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은 탈중앙화 및 검열저항성을 지닌 반면,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것이므로 거래내역이 오히려 검열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극도로 중앙화돼있죠. 존재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CBDC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CBDC와 좀 더 역할이 비슷한 스테이블코인(가치변동성이 없는 가상자산)은 어떨까요? 가치변동성을 없애 결제용으로 만들어진 코인들은 CBDC와 역할이 겹치는 게 사실입니다.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스테이블코인들은 CBDC의 등장으로 지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여러 가지 스테이블코인이 나오면서 쓰이는 분야도 다양해졌습니다. 예를 들면 다이(DAI)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에서 활발히 쓰이는 스테이블코인입니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디파이 서비스에서 특정 국가의 CBDC를 쓰기는 힘들겠죠. 이처럼 쓰이는 분야가 생긴 스테이블코인들은 CBDC에 구애받지 않고 수요를 지킬 것으로 보입니다.

백 COO는 “MZ세대는 절약하는 방법을 찾는 데에 익숙한 새대”라며 “카드 별 혜택을 찾듯, CBDC와 다른 스테이블코인만의 혜택이 있다면 이를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특정 국가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CBDC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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