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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 블록체인 기술이 필수일까?…빅테크 기업이 나서는 이유

박현영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에 블록체인 기술이 핵심적인 존재로 인식되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도 CBDC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기존에는 은행 등 금융권이 IT기업과 협업해 CBDC 플랫폼 개발에 나섰으나,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까지 손을 뻗는 모습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한은)은 조만간 CBDC 모의실험을 위한 사업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번 모의실험에서 한은은 분산원장 기반의 관리 기술과 데이터 위·변조 방지를 위한 보안기술을 CBDC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지 여부를 점검한다. 분산원장 및 데이터 위‧변조 방지를 모두 충족하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 필수는 아니지만 유력한 기술…전 세계 88%가 채택

해외에서 나온 기존 연구자료들을 참고하면 CBDC 발행에 반드시 블록체인 기술을 써야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비트코인 엑스포에선 중앙은행 전문가 3명이 CBDC 발행에 반드시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라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당시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의 밥 벤치(Bob Bench), 국제통화기금(IMF)의 소냐 다비도비치(Sonja Davidovic), MIT 디지털화폐 연구팀의 로블 알리(Robleh Ali)는 모두 “각국 중앙은행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화폐를 발행해야 하는지, 아니면 기존 중앙집중 방식 시스템을 통해 발행해야 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블록체인 기술이 필수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근거로는 ▲느린 속도 ▲아직 보장되지 않은 보안성 ▲기존 거래 네트워크와의 상호운용성 부재 등이 있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빠른 속도와 높은 보안성을 내세운 블록체인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다. 또 CBDC에 주요 활용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의 경우, 중앙은행 등 정해진 기관만 노드(네트워크 참여자)로 참여할 수 있어 속도가 지연될 가능성도 낮다.

이에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게 전 세계적 흐름이 됐다. 지난달 PwC가 발표한 CBDC 보고서에 따르면 CBDC를 검토 중인 전 세계 중앙은행 60여곳 중 88%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PwC는 “CBDC 발행에 블록체인 기술이 반드시 쓰여야 하는 건 아니”라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은 몇 가지 특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점으로는 ▲안전한 송금이 가능한 점 ▲거래 투명성 ▲다른 디지털자산과 상호운용이 가능한 점 ▲스마트컨트랙트로 자동화 결제 등 추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는 점을 들었다.

◆기술력 증명할 절호의 찬스…빅테크‧금융권 컨소시엄 구성할 듯

앞서 언급했듯 한은의 CBDC 연구도 블록체인을 포괄하는 분산원장기술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기존 블록체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한은 CBDC 사업에 대비하고 있다. 규모가 큰 국가과제일뿐더러 블록체인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진입이 화제가 됐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라인플러스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모의실험에 참여한다. 라인 블록체인 랩에서 개발한 '라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CBDC 플랫폼을 구축하며, 확장성 및 호환성 등 CBDC 발행을 위한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인 그라운드X도 자체 개발한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프라이빗 블록체인 버전으로 개발, 한은 CBDC를 위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앞서 CBDC 사업 참가 계획을 전한 기업들은 금융권이다. 신한은행은 LG CNS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 플랫폼을 시범 구축했다. 하나은행 역시 포스텍 크립토블록체인연구센터와 함께 CBDC 유통을 위한 시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은행이 블록체인 기술력을 보유한 IT 기업과 협업했듯, 빅테크 기업도 금융사 등 다른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모의실험에 참여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라운드X 측은 “국가과제인 만큼 단독으로 참여할 순 없다. 금융사에 한정하지 않은 채 다양한 기업들과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며 “기술적으로는 주요국의 CBDC 사업을 진행했던 미국 블록체인 기업 컨센시스와 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인 측도 "블록체인 사업에 적합한 협력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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