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움직임에 기업들도 반응…‘CBDC 대비’ 블록체인 속속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최근 각국 중앙은행이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본격 추진하면서 CBDC 발행에 특화된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일 카리브해의 섬나라인 바하마는 세계 최초로 CBDC를 공식 발행했다. 또 중국은 선전시에서 시민 5만명을 대상으로 소액결제용 CBDC를 지급했다. 중국의 CBDC는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로, 선전시는 인당 200위안(약 3만 4000원), 총 1000만위안(약 17억원) 규모 DCEP를 지급했다.
한국은행(한은)도 세계적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CBDC 실험을 추진 중이다. 한은은 오는 2021년 CBDC 파일럿(시범) 시스템 출시를 목표로 현재 외부 컨설팅을 받고 있다.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실험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가 “한국의 CBDC 연구는 뒤처지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CBDC 실험에 나선 국가 대부분은 기반 기술로 블록체인의 분산원장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발표한 ‘해외 중앙은행의 CBDC 추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CBDC는 용도에 따라 거액결제용과 소액결제용으로 나뉜다. 거액결제용은 기관끼리, 소액결제용은 일반 시민도 사용할 수 있는 형태다. 한은은 “거액, 소액 모두 원장 관리 방식으로 분산원장을 고려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은 CBDC 발행용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중앙은행들이 CBDC를 공식 발행하기 시작하면 기반 기술을 보유한 사업자들을 물색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국내 기업 중에선 LG CNS와 신한은행이 CBDC 발행을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는 한은의 CBDC 실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신한은행은 한은 CBDC의 발행, 유통, 결제, 정산 등 예상 시나리오에 대한 모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CBDC 연구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연구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은과 공식적으로 얘기가 된 사안은 아니”라고 말했다. 향후 한은이 발행을 결정한 후 기술 기업을 찾을 것을 대비해 미리 준비한다는 설명이다.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도 CBDC용 블록체인 플랫폼을 마련한다. 라인 블록체인 자회사인 언체인의 이홍규 대표는 지난 19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블록체인 리걸 포럼’에서 CBDC 개발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 “아시아 여러 국가들과 협업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어느 국가가 라인의 플랫폼을 택할 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미국 유명 블록체인 기업인 컨센시스는 이미 CBDC를 위한 기술 제공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컨센시스는 프랑스 중앙은행의 디지털 유로 사업에 파트너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이는 디지털자산 기업 ‘Societe Generale–Forge’와의 제휴를 통한 것으로, Societe Generale–Forge는 프랑스 중앙은행의 핵심 파트너다. 앞으로 컨센시스는 CBDC 발행 및 관리, 결제 등에 필요한 기반 기술을 제공하며 다른 국가와의 상호운용성 실험도 지원하게 된다.
앞서 컨센시스는 태국과 홍콩을 연결하는 CBDC 프로젝트와 싱가폴,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의 CBDC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바 있다. 켄 팀싯(Ken Timsit) 컨센시스 글로벌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책임자는 “컨센시스는 CBDC 분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전 세계 6개 중앙은행의 CBDC 프로젝트를 도왔다”고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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