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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제약·바이오 기업을 그냥 믿는다는 ‘위험한’ 상상

강민혜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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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민혜 기자] “그래서 S사를 살까요 말까요? 고민이에요.”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 주식을 살지 고민한다는 한 업체 관계자 A가 던진 질문이다. 너나없이 주식시장에 뛰어든 지금, 팬데믹 이후 올라갈 주식 종목 분야는 그에게 제약·바이오에 국한됐다.

위험한 발상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자제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를 취재하고 신약 임상시험에 돌입하려고 노력 중이라거나 소수 대상 임상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는 등의 개별 이슈까지 찾아다닌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로 제약·바이오 업계 연구가 활발해진다는 것과 A가 사려고 고민 중인 주식 종목 사이에서 특별한 관련성을 찾기 어려웠다. A가 듣고 싶은 얘기를 말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기자는 함부로 단언할 수 없었다.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코로나19 관련해 백신과 치료제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정보는 제한돼 있다. 실제 유의미한 임상 단계가 아님에도 전달하는 경우도 많고 관련 검수기관에 확인해 보면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을 포장만 달리해 이름만 바꿔 홍보하는 경우도 많다.

각 제약·바이오 기업의 IR 자료나 결과 발표 등을 봐도 ‘그래서 뭐 했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업체는 여전히 존재한다. 전문 용어가 혼재하고 신약 개발이 ‘로또’로 비유될 만큼 어려운 업계의 특성상 홍보를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은’ 경우가 산재해 발생하는 일이다.

뿐만 아니다. 이미 공시한 자료를 번복하거나 변경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특정 신약 관련 공급계약이나 임상시험 돌입 시기를 정해 공시한 후 이를 바꾸는 경우 등이다. 신약 개발이 알려지거나 이슈가 된 약을 들여오는 속칭 ‘이벤트’가 생기면 주가가 급등하는 경향이 큰 제약·바이오 업계서, 잦은 공시 변경은 타 업계보다 경계해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푼돈 모아 기업의 자료만 믿고 투자를 하고, 번복됐을 경우 사실 보도 등을 믿지 못하거나 부인하는 사례도 생기기 때문이다. 소액 투자자들의 ‘꿈’을 담은 돈을 ‘개발하겠다’는 실체없는 선언 하나로 끌어들이는 격이다.

하지만 정보 제공시 불명확한 자료를 내보이며 고압적인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어느 제약·바이오 기업은 단순 보도자료를 전달하며 고압적인 자세로 연락을 해왔다. 실체없는 내용을 파악해 사실을 알리자, 그제서야 해당 기업의 관계자는 솔직하게 내용을 공유했다. 다만 일부는 사실이라며 편집된 사실을 강조하는데 집중하는 자세를 유지했다.

상장이후 ‘개미’들의 돈을 수혈받아 운영하면서 솔직하게 회사의 제약 사업 상황을 알리지 않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다. 정보 제공 목적에 걸맞게, 있는 사실만 알려야 한다. 한 번 신뢰를 잃은 기업은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는 시대다.

강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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