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상법 개정안, 플랫폼 규모에 따른 ‘차등규율’ 가능할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가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책임과 의무를 명시한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내놓은 가운데, 소규모 사업자의 경우 과도한 규제 부담을 떠안아 산업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규모에 따라 의무 수준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23일 한국소비자법학회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 소비자법센터는 ‘전자상거래법 적용 범위와 차등적 규율의 적절성’를 주제로 ‘제5회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 특별세미나’를 온라인 개최했다.

이는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난 3월 내놓은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이하 전상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공정위는 지난달 14일 입법 예고를 마친 전상법 개정안에 대해 수정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발제를 맡은 김세준 경기대 교수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사례와 비교해 전상법 개정안에서 온라인플랫폼 규모에 따른 차등 규율이 가능한지 살펴봤다.

현재 EU의 DSA는 적용 대상을 ▲중개서비스제공자 ▲호스팅서비스제공자 ▲온라인플랫폼서비스제공자 ▲대규모 온라인플랫폼서비스제공자 등 크게 4가지 유형으로 차등 설정하고, 그중에서 온라인플랫폼이란 개념 자체를 다시 한 번 3가지 형태(▲소상공인 또는 소기업 ▲온라인플랫폼서비스제공자 ▲대규모 온라인플랫폼서비스제공자)로 구분하고 있다. 사업자의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책임과 의무를 지는 구조다.

국내 전상법 개정안의 경우 온라인플랫폼 운영사업자의 신고의무(제6조)에 관해서는 차등규율을 하고 있지만 나머지 조항에서는 대부분 모든 플랫폼 운영사업자에 의무를 똑같이 부여하고 있다.

김세준 교수는 “전자상거래법에서 소비자는 어떤 사업자와 거래하든 무관하게 동일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온라인플랫폼에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을 둘 때도 그것을 대상에 따라 차등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전자상거래법에는 사업자를 행정적으로 규제하고자 하는 규정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한해서는 사업자의 의무를 그 지위나 상황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전상법 개정안 가운데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제19조), 위해방지 조치 의무(제20조), 분쟁해결 의무(제28조), 개인간 전자상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 의무(제29조) 등 4가지 조항에 대해서는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DSA에서는 모든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법률대리인 지정’ 의무가 있는데, 이와 유사한 전상법 개정안의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는 사업자 규모에 따라 적용대상이 달라지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DSA는 흔히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로 일컬어지는 해외 대형 플랫폼으로부터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제안됐지만 국내 상황은 이와 다른 데다, 실질적으로 모든 해외사업자가 국내에 대리인을 지정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 전상법 개정안은 국내대리인과 관련해 대통령령으로 사업자 규모에 따른 차등 적용 여지를 남겼다.

개인간거래(C2C)에서 분쟁 발생시 온라인플랫폼이 개인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상대방에게 제공하게끔 한 제29조의 경우에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이 조항은 온라인플랫폼에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모든 온라인플랫폼에 동일한 의무를 부과하려는 방식은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며 “적용범위를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으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이어진 토론에서 가사서비스 매칭 플랫폼 ‘대리주부’를 운영하는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 역시 “사업자가 아닌 개인으로서의 가사도우미가 전상법 개정안상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한다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며 힘을 보탰다. 이 부대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상법 개정안의 과도한 적용범위 확대로 우려가 크다”며 “플랫폼사업자로서 의무는 져야 하지만 대면거래 중심의 O2O 서비스에 대해선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반면 김화 이화여대 교수는 “온라인플랫폼을 이용한 거래는 그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업이고, 또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한 다양한 서비스의 형태가 스타트업의 방식으로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지금’의 상황에서 법개정을 통해 유형화를 해둔다 해도, 그 다음 날부터는 다시 ‘낡은 것’ 또는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석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과 과장은 “전상법 개정안에도 규모나 유형, 시점 등 규제를 차등화하는 내용은 많이 들어가 있다”며 “개인간거래에 있어 신원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 같은 경우 분쟁 발생시에만 규율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 과장은 “개인간거래 규제와 관련해서는 소비자 보호의 내실이 있으면서도 개인정보 침해요소는 없도록 수정안을 만들고 있다”며 “결국 플랫폼사업자가 수집하는 신원정보의 정도가 관건인데, 때문에 개인의 성명이나 주소보다는 연락처 위주로 제공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